[2016 유커들이 달라졌다]
《 2010년 186만 명이던 방한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은 지난해 598만 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한국 대신 일본 등으로 발길을 돌린 유커가 늘었다. 메르스의 영향에서 벗어난 올해, 한국과 일본의 ‘유커 모시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극심한 소비침체 극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커는 한일 양국 모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주요 고객이다. 중국 노동절 연휴 기간(4월 30일∼5월 2일) 중 두 나라를 찾은 유커들을 동행 취재했다. 》
지난달 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광장시장의 길거리 음식매장에서 구운 돼지껍데기를 먹던 중국인 관광객 링샤오치(零小其·27·여) 씨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게 주인 아줌마가 다리가 꿈틀거리는 산낙지를 불쑥 들이밀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광장시장은 유커들로 북적였다. 올해 노동절 연휴에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커는 약 6만2900명. 요즘 유커들은 명동, 청계천, 경복궁 등 기존 관광명소에서 벗어나 이렇게 자신만의 여행코스를 스스로 개척하고 있다.
○ 개별여행 선호도 급증한 유커들
최근 한국을 찾는 유커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나 글로벌 여행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 등을 통해 미리 여행정보를 샅샅이 뒤진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유커 중 개별관광을 선택한 사람은 전체의 60%였다. 가이드가 든 깃발을 쫓아다니는 단체 여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뜻이다.
한강둔치 반포지구에서는 벤치에 앉아 치킨을 먹는 유커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여행객 펑빈(馮斌·35) 씨는 “한국 TV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강에서 ‘치맥’(치킨+맥주)을 즐기는 중국인 인증 사진을 웨이보에서 자주 봤다”면서 “한번 꼭 따라 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곳 반포지구에서는 6일과 10일 중국 중마이그룹의 임직원 8000명이 삼계탕 파티를 연다.
○ 유커들, 가평·춘천으로 가족여행
동아일보 취재진은 24명의 유커 단체 관광객과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 동행했다. 4박 5일 일정으로 2∼4명씩 가족 단위로 한국을 찾은 여행객들이다. 비용은 1인당 약 70만 원. 이들은 관광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가르쳐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간단한 한국어 인사말을 잊지 않으려는 듯 열심히 반복했다.
이들은 이날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인 경기 가평군 ‘쁘띠프랑스’, 강원 춘천시 남이섬 등을 찾았다. 후난 성에서 온 차오커(曹科·25·여) 씨는 “한국 드라마 촬영지를 꼭 방문해 보고 싶었는데, 남이섬은 한국만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곳 같다”고 말했다.
○ 중국인 비하 시선이 재방문 막는다
하지만 취재진이 지난달 30일 서울 경기 일대에서 만난 중국인 50여 명 중 상당수는 ‘한국 재방문’에 부정적이었다. 여행 상품의 품질을 떠나 중국인을 낮춰 보는 한국인의 태도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한국을 두 번째로 찾은 허우루성(侯魯生·39) 씨는 “단체로 백화점을 갔다가 ‘짱깨’라는 수군거림이 자주 들려 기분을 잡쳤다”며 한국에 다시 오고 싶지 않다고 했다. 명동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화장품을 사서 트렁크에 담을 때 깔보는 듯한 한국인의 시선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중국인의 한국 재방문 비율은 2010년 37.4%에서 2014년 20.2%까지 떨어졌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몇 천 명을 유치했다는 등 숫자 위주의 관광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며 “외국인 비하, 면세점 쇼핑 돌리기 등으로 이미지가 더 나빠지기 전에 중국인 관광객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고 한국을 대표할 만한 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백연상 baek@donga.com·손가인 기자/ 김지환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