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를 상대로 제기된 법조계 및 공무원 로비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기로 하고 수사의 단서를 분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정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 관련 핵심 브로커로 지목된 이모 씨(56)의 범죄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 인력을 추가 투입해 이 씨의 차명 휴대전화를 분석하고 차명계좌를 이용한 자금 흐름도 추적 중인 것으로 1일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이 씨를 출국금지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해왔다.
검찰은 일단 이 씨가 정 대표 측에서 받은 9억 원 안팎의 자금을 서울메트로 지하철 역내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확장 등을 위한 로비에 썼는지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씨는 정 대표의 경찰, 검찰 사건을 변호한 검사장 출신 A 변호사, 서울메트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모 정치인과 고교 동문이다. 검찰은 100억 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정 대표로부터 “서울메트로 관련 대관(對官) 업무를 하던 이 씨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씨가 특정 정치인과의 친분을 거론하며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이 정 대표의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 경찰, 검찰, 법원은 물론이고 정치권으로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우선 경찰이 2014년 벌인 정 대표 도박 수사가 무성한 뒷말만 남긴 채 무혐의로 송치되고 검찰이 이 사건을 이례적으로 두 차례 무혐의 처분하는 과정에 검사장 출신 A 변호사 등 법조인들의 연루 여부가 드러날 수 있다. 경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일부 경찰 간부가 정 대표 측에 수사 무마에 힘써주는 대가로 화장품 대리점 운영권을 요구했다가 정 대표 측에 도리어 약점을 잡혔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특히 정 대표 측이 평소 ‘관리’해 온 것으로 전해진 일부 정치권 인사에 대한 구체적 로비 단서가 발견된다면 검찰 수사는 ‘정운호 게이트’로 확대될 수도 있다.
검찰과 별도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정 대표 전현직 변호인 간 폭로전으로 드러난 법조계 내부의 음성적 변론 행태의 진상을 조사 중이다. 정 대표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다 해임된 최모 변호사 측은 정 대표가 1심 및 현 변호인단을 통해 재판부 로비 시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대표 측은 최 변호사가 정 대표 건 외에 투자자문사 I사의 사기 사건에서도 20억 원의 수임료를 받았다고 맞불을 놓았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정 대표의 경찰, 검찰단계 변호를 맡은 검사장 출신 A 변호사에 대해 “사건 변호와 관련해 무리한 변론 활동으로 검찰 내부에서 인심을 잃었다”는 뒷말까지 나온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