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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물결에 고래가 춤추고… 가족소풍 온듯

입력 | 2016-05-02 03:00:00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 인천 표정




4월 30일 ‘제2회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가 열린 인천 서구 정서진에서 대회에 참가한 학생과 가족이 형형색색의 텐트를 치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던 4월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인천의 바닷가는 푸른빛 도화지와 형형색색의 텐트로 넘실댔다. 제2회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의 수도권 대회장인 인천 중구 월미도 문화의 거리와 동구 만석부두 공영주차장, 서구 정서진 아라뱃길 여객터미널, 송도국제도시 솔찬공원 등에는 1만여 명의 참가자와 학부모, 교사들이 찾았다.

올해 처음 대회가 열린 송도 솔찬공원은 1m 높이의 펜스를 따라 드넓은 바다가 1.5km가량 펼쳐져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부모들은 펜스를 따라 설치된 나무 덱 위에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깔고 자녀들을 격려했다.

이날 경기 시흥시 경기자동차과학고 학생들은 단체로 솔찬공원을 찾았다. 미술교사가 꿈인 양현모 군(17·디자인과 2학년)은 눈동자에 비친 바다의 아름다운 모습을 창의적으로 그려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도 눈길을 끌었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압두라 커들(10·초등 3학년), 압두라 흐먼(8·초등 1학년) 형제는 인천 문남초등학교(교장 박봉회)를 대표해 대회에 참가했다. 형 커들 군은 자신이 좋아하는 바다거북과 부서진 배, 상어 등 바닷속 생물을 생동감 넘치게 채색했다. 동생 흐먼 군은 깊은 바다를 헤엄치는 큰 고래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안전한 바다’를 그린 작품이 많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생명의 바다라는 주제로 건강한 해양 생태계를 표현한 그림이 눈에 띄었다. 박세진 양(11·인천 문학초5)은 “학교에서 기름 유출로 인한 바다 오염의 심각성을 배웠다”며 시민들이 기름종이로 방제작업을 하는 모습을 도화지에 채웠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한 학생도 많았다. 지난해 충남도지사상을 수상한 김지니아 양(12·서울 인헌초 6학년)은 “지난해 대회에서 수상한 뒤 자신감을 갖고 더 열심히 미술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김지민 양(8·인천 학산초 2학년)과 지원 군(11·인천 학산초 5학년) 남매는 지난해에 이어 나란히 출전했다. 김 양은 “지난해에는 나만 상을 탔는데 올해는 오빠도 꼭 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회장에는 학생뿐 아니라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 어린 동생 등 총출동한 가족이 많았다. 단순한 사생대회를 넘어 가족들의 봄나들이 장소로 자리매김한 모습이었다. 초중고교를 함께 다닌 죽마고우인 이정일 씨(39)와 김영삼 씨(39)는 각각 딸 이영채 양(10·인천 인주초4)과 아들 김기백 군(7·인천 인주초1)을 데리고 행사에 참석했다. 이 씨는 ”아이들도 같은 학교를 다니고 그림대회도 함께 참가하며 대를 이어 우정을 이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김홍섭 인천 중구청장과 이흥수 동구청장은 각각 월미도와 만석부두를 찾아 학생들을 격려했다. 또 응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인하대병원 공공의료사업지원단이 현장에 나왔고 김수민 씨 등 인천대 홍보대사 10여 명이 대회 진행을 도왔다. 또 인천 동구청과 중부·서부·연수경찰서, 중부·서부·남동소방서 직원들도 안전한 대회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홍정수 기자·유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