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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행복 생활체육]몸살 나도 무릎 쑤셔도… 1시간만 운동하면 몸 가뿐

입력 | 2016-05-02 03:00:00

<3> ‘운동이 보약’ 어르신 체육활동




지난달 29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안 잔디밭에서 ‘어르신 야외 체력관리 교실’에 참가한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전담 지도자의 동작에 따라 근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체조를 하고 있다. 올해 이 교실은 11월까지 주 2회씩 전국 120곳에서 열린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쪽 어머님, 팔 더 올리세요. 저쪽 어머님도… 이렇게요.”

간단해 보이는 동작도 정확하게 하기는 쉽지 않다. 운동을 시작할 때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한 이유다. 서울 광진구생활체육회 소속 지도자 이혜솜 씨(29·여)가 참가자들의 동작을 잠시 멈추더니 시범을 보였다. 세운 팔을 몸 뒤쪽으로 최대한 끌어당기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아이고” 소리가 난다. 정확한 동작을 했다는 신호다.

지난달 29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구의문 근처 잔디밭. 이 씨와 또 한 명의 지도자 이승경 씨(30·여)가 ‘어르신 야외 체력관리 교실’을 진행하고 있었다. 대한체육회 산하 시군구 생활체육회가 주관하는 이 사업은 올해로 3년째다. 6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전국의 야외 근린공원 등에서 주 2회씩 열린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이 교실을 열고 있는 광진구의 경우 지난 2년 동안 한강 둔치에서 운영을 하다 접근성을 고려해 올해 어린이대공원으로 옮겼다. 어린이대공원은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이 가깝고 출입문이 4곳이나 있어 한강 둔치보다 찾기 편하다.

‘종목 교실’에서 게이트볼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 동아일보DB

오전 10시에 시작된 강습은 준비-근력-유산소-마무리 운동 순으로 11시 30분까지 이어졌다. 이날 참가한 어르신은 등록한 50명 가운데 절반 정도인 23명. 이혜솜 씨는 “별도의 등록 절차가 있기는 하지만 매번 새로 오시는 분들이 있다. 항상 문이 열려 있으니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따로 등록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개인별로 체력관리수첩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이 교실에서는 3개월에 한 번씩 체격과 체력을 측정한다. 인바디 측정기를 이용해 체지방량, 근육량, 복부 지방률 등을 잰다. 혈압 체크도 필수다. 여러 가지 동작을 통해 평형성, 근력, 상·하체 유연성, 심폐지구력 등도 측정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체력관리수첩에 꼼꼼히 기록한다. 운동을 통해 달라지는 몸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운동 습관을 유지하는 최고의 동기 부여다.

국민생활체육회(최근 대한체육회로 통합)의 ‘생활체육 7330(일주일에 3번, 하루 30분 운동)’ 캠페인 등에 힘입어 국내 생활체육 참여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주 1회 이상 규칙적인 체육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1989년 38.9%에서 지난해 56%가 됐다. 1989년 27.1%였던 주 2회 이상 참여 비율은 지난해 45.3%로 증가했다. 하지만 주 1회 이상 참여율이 70%가 넘는 핀란드, 스웨덴 등과 비교하면 만족할 만한 숫자는 아니다.

대한체육회는 생애주기별 생활체육 프로그램 정착을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유아기 운동 습관 형성으로 평생체육의 기틀을 마련하고 수혜자 확대 및 서비스 질 향상을 통해 어르신 생활체육 활성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 생활을 위한 체육활동 지원 사업은 크게 ‘야외 체력관리 교실’과 ‘종목 교실’ 두 가지로 나뉜다. 지난해 전국 100곳에서 운영됐던 야외 체력관리 교실은 올해 120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13개 종목에 걸쳐 실시했던 종목 교실은 올해 17개 종목이 됐다(표 참조). 게이트볼, 그라운드골프, 파크골프, 검도, 테니스, 댄스스포츠, 수영, 국학기공 등 다양한 종목을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다. 지난해 야외 체력관리 교실에는 11만3152명, 종목 교실에는 25만9127명의 어르신이 참가했다.

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의료비다. 2020년에는 의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육박하는 90조 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노인 의료비가 절반에 가까운 4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2026년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 전문가들은 스포츠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상태에서 초고령화 사회로 가는 것은 재앙이라고 경고한다. 치료가 아닌 예방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인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의 체육 활동 참여를 늘리는 것이다.

이혜솜 씨와 이승경 씨는 모두 어르신 전담 지도자 자격증을 갖고 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는 체육지도자 국가 자격증 소지자 가운데 보수교육을 받은 사람이 어르신 생활체육을 맡아 왔지만 지난해 관련 자격증이 신설됐다.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이혜솜 씨는 대학원에서 ‘노인 체육 활동과 밸런스’를 주제로 논문까지 쓴 전문가다. 2013년 광진구생활체육회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피지컬 트레이너로 활동했다. 이 씨는 “어르신들이 건강상 주의하셔야 될 두 가지는 질병과 낙상이다. 낙상 사고의 대부분은 운동 부족이 원인이다. 근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두 번 열리는 이 교실에 꾸준히 참여하시면 달라지는 몸을 직접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규칙적인 체육 활동에 참여한다고 응답한 60대 이상 어르신 가운데는 혼자 걷는다는 분이 많다. 전문가들은 걷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단순히 걷기만 하는 것으로는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큰 운동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말한다. 가급적이면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인 걷기를 함께 해야 좋고 운동 강도도 개인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30여 분 동안 근력 운동을 한 참가자들은 공원 안의 정해진 코스를 걸으며 유산소 운동을 했다. 이승경 씨가 참가자들과 함께 걸으며 페이스를 조절해 줬다. 어르신들이 공원 안에 있는 운동기구를 이용할 때는 정확한 사용법을 알려 줬다. 요즘은 공원 안에 있는 기구들을 이용해 운동을 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하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운동을 하면 되레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체조를 활용한 간단한 근력 운동에 유산소 운동(걷기)을 했을 뿐이지만 참가자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구의1동에 사는 홍현숙 씨(66·여)는 “제대로 따라 하면 확실히 몸이 좋아진다. 몸살이 나도 이 체조를 하면 개운하다. 관절염이 있는데 약 먹는 것보다 여기 오는 게 낫다. 비가 내려도 체력관리 교실이 열릴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 가운데 남성은 1명이었다. 전체 등록자 50여 명 가운데 남성은 2명뿐이다. 야외 체력관리 교실뿐만 아니라 복지관(노인정)이나 노인교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서도 남성 어르신 찾기는 쉽지 않다. 한국 60대 이상 남성의 생활체육 미참여율은 선진국에 비해 대단히 높은 편이다. 대한체육회 생활체육지원부 주진우 주무는 “남자 어르신들은 주로 바둑이나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시는데 더 건강하게 지내려면 적극적인 신체 활동을 하셔야 한다. 처음에는 쑥스러워도 한두 번 나오시다 보면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체육 지도자들에 대한 처우는 아직 열악한 편이다. 이혜솜 씨는 “그래도 ‘선생님 덕분에 몸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으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무리 운동까지 마친 이근숙 씨(75·여)는 “아는 동생이 함께 가자고 해 올해 처음으로 야외 체력관리 교실을 찾았다. 수업을 마치면 신기하게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역시 운동이 최고”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