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이번 7차 당 대회는 6차와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우선 체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꺼내든 비대위의 성격이 짙다. 외빈이 없는 ‘나 홀로’ 행사다. 3대 세습 지도자는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으로 핵실험을 연속 감행했다. 장성택 등 고위층의 계속된 숙청과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제재는 집권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전통 우방인 중국과의 관계도 교착상태다.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워야 할 시점이다. 더이상 할아버지 시대의 신격화는 불가능하다. 동요하는 인민들에게 지도력을 과시해야 한다.
이번 당 대회는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우선 장시간에 걸친 김정은의 업적 선전이다. 속칭 총화사업이다. 신에서 인간의 위상으로 추락한 젊은 지도자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실적이 중요하다. ‘핵(核)제일주의’로 미국에 맞서는 강인한 지도자상을 부각시킨다. 각종 건설사업도 장황하게 홍보한다. 백두혈통도 강조된다. 다음은 강성국가 건설전략의 제시다. 장기경제발전 계획이나 개혁 조치보다는 제재에 맞서는 ‘제2의 고난의 행군’ 방안을 논의한다. 주체·선군의 기반 위에 ‘자강력 제일주의’라는 노선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주민들을 고무 추동하고 절대충성을 유도한다. 김정은의 우상화를 선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 노회한 권력의 인적 쇄신도 논의된다. 김정은 시대의 본격 개막을 선언하며 당 대회는 폐회될 것이다.
당 대회로 집안 단속을 강화한 김정은은 국제사회에서 도발과 대화의 아슬아슬한 곡예에 나설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강력한 5차 핵실험 중단 경고를 받은 최고 존엄은 핵카드를 흔들며 제재 완화를 위한 협상에 주력할 것이다.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대미(對美) 평화협정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대남 비난공세와 동시에 출구를 둘러싼 남남갈등도 조장할 것이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는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보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휘황한’이라는 수식어가 핵을 의미한다면 당 대회는 암울한 미래의 서막이 될 것이다.
36년 전 후계체제를 마무리한 김 부자는 대남적화 전략을 강력 추진했다. 1983년 아웅산 폭파사건, 1987년 KAL기 폭파사건 등이 이어졌다. 정세는 상이하지만 전열을 정비한 평양의 총구는 항상 서울로 향했다는 역사를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