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란 정상회담/경제] 52조원 규모 수주 발판 ‘이란 特需’
KT, 이란 통신사업자와 ICT 협력 KT가 이란 최대 통신사업자 ‘TCI’, TCI의 최대주주사인 ‘TEM’과 이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현대화 사업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라술 사라에이안 TCI 최고경영자, 바라트 간바리 TCI 의장, 황창규 KT 회장. 테헤란=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52조 대박…인프라·에너지 수주 기회 열려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인프라 사업의 양국 간 협력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이란은 제6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16∼2020년)을 통해 철도, 항만 등 인프라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더욱 긴밀한 협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유(116억 달러) 가스(89억 달러) 석유화학(41억 달러) 조선(12억 달러) 등의 분야에서도 최대 258억 달러 규모의 수주가 기대된다. 반다르자스크 지역에 초중유 생산 정유시설을 건설하는 바흐만 정유시설 프로젝트(1, 2단계 100억 달러)가 대표적이다. 이란이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이란∼오만 심해저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도 한국이 참여하게 됐다. 발전 부문에서도 대림산업이 19억 달러 규모 바흐티아리 수력발전 공사 가계약을 맺는 등 58억 달러어치의 성과를 거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란의 전력 수요는 연평균 5.5%씩 늘고 있고 특히 노후한 발전·송배전 설비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250억 달러 실탄 지원…보건의료 등 수출전선 확대
이란 진출의 최대 난관인 금융 난맥을 해소하기 위해 국책 금융기관이 250억 달러에 이르는 금융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이란 중앙은행 상업은행과 함께 150억 달러를 지원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도 이란 경제재정부와 약정을 맺고 1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단일 국가 투자에 대한 금융 지원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란이 한국 기업과 인프라 사업 계약을 체결하면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가 이란 정부에 사업비를 빌려주는 것이다. 경제 제재가 해제됐지만 당장 사업비가 없어 대규모 인프라 사업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만큼 이란에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해 한국 기업의 수주 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한류 등 문화산업 진출의 물꼬도 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포스코건설은 이란 교원연기금공사와 협력해 한류 문화 복합 공간인 ‘K타워’를 이란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에는 이란을 상징하는 ‘I타워’가 들어선다. 유무선 통신 인프라와 스마트시티,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이동통신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전 분야에 대한 전면적 협력도 확대된다.
○ 본계약 안 되면 ‘일회성 이벤트’ 그칠 수도
하지만 재원 조달 등 구체적인 지원이 이어지지 않으면 이번 발표가 자칫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내세우는 성과 대부분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국, 일본, 유럽 등 각국 정상이 앞다퉈 이란을 찾고 있는 등 이란을 향한 국제사회의 ‘러브콜’이 치열해 본계약 성사를 무작정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유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경제 제재의 여파로 재정이 어려운 이란 정부가 공사 발주를 늦추거나 취소할 수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란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금융 지원 불확실성, 달러화 거래 불가능 등 리스크도 많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프로젝트 자금을 상당 부분 부담하기로 하면서 국내 구조조정 등으로 자금 부담이 큰 국책은행의 리스크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안 수석은 “이번에 발표한 사업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한 것이 아니고 거의 확실시되는 것만 보수적으로 밝힌 것”이라며 “금융 지원도 이란 정부의 보증을 받은 사업만 포함하기 때문에 위험이 그리 높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