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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면담 자체가 관계개선 ‘상징’

입력 | 2016-05-03 03:00:00

[韓-이란 정상회담 /외교]朴대통령, 경제협력-북핵 논의
神政일치 이란의 최고지도자… 군통수권에 경제-외교 막강 권한




박근혜 대통령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76·사진)의 2일 면담은 앞으로 한국과 이란 양국 관계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교 지도자가 정치 지도자를 겸하는 신정(神政)국가인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는 국정 운영의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 하메네이가 박 대통령과 면담을 한 것 자체가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선출직이자 종신직인 최고지도자는 군 통수권, 전쟁 선포 및 동원권뿐 아니라 헌법수호위원장 혁명수비대장 사법부수장 참모총장 등 임면권과 대통령 해임권을 갖고 있다. 정치 경제 외교 전반에 걸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하메네이는 제6차 개발계획 지침을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게 보내 산업 전반의 현대기술화, 철도·운송 개선, 대이란 투자 확대 등을 제시하며 경제 개발을 독려했다. 하메네이의 지침에 따라 이란은 8%대 경제성장을 공언하며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이 지침을 분석해 이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메네이는 1939년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 마을 성직자 가정에서 8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이슬람 혁명을 지지하는 신학도였던 20대에는 이란의 마지막 왕조인 팔레비 국왕의 비밀경찰인 사바크(SAVAK)에 체포돼 모진 고문과 독방 수감을 견뎌내야 했다. 이때 경험으로 뿌리 깊은 반미주의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79년 이슬람 혁명 과정에서 주요 직위를 맡으면서 정치 지도자로 부상했다. 이슬람 혁명위원, 이슬람혁명수비대 사령관, 국방부 차관 등을 역임했으며 1981∼1989년 3, 4대 대통령을 지냈다. 1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에 이어 1989년부터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를 맡고 있다.

혁명의 주역인 하메네이는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 그가 최고지도자에 오른 다음부터 이란은 반미·강경 외교정책을 폈다. 미국에 맞서기 위해 핵개발도 추진했다. 하지만 십수 년간 국제사회 봉쇄로 이란이 경제 위기에 처하자 온건파 로하니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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