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란 정상회담/문화]양국 우호적 관계 유지 비결은… ① 신라때 교류… 적대관계 역사 없어 ② 노출 적은 한복 등장 드라마 호감 ③ 1970년대 근로자 파견해 친밀감
한류 드라마 열풍 2일 오후(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시 재래시장 내 상점의 TV에서 한국 드라마 ‘주몽’이 방영되고 있다. 이란에서 드라마 ‘대장금’의 시청률이 90%를 기록할 정도로 열풍이 분 한류의 기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테헤란=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란이 한국에 문을 활짝 연 것이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이란은 유럽을 상대로 참혹한 전쟁을 겪은 뒤 반(反)서구 DNA를 유지해 왔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고대 신라와 페르시아가 교류했지만 한국과 이란은 역사적 상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과는 적대적 이해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한국 드라마의 높은 인기가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기도 했다. ‘대장금’, ‘주몽’ 등 사극이 이란에서 80∼90%의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에선 여성이 신체를 드러내서는 안 되는데 조선시대 궁중 여인들이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들이 대부분이어서 이슬람 국가에서도 방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가족 중심적인 가치,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 등에도 양국 간 유사성이 있다. 이란은 수천 년 동안 동서양 문화와 지식이 거쳐 가는 통로였다. 이젠 한류가 거쳐 가는 거점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직접 한류 지원에 나섰다. 2일 저녁(현지 시간) 테헤란 밀라드 타워 콘서트홀에서 열린 ‘한-이란 문화 공감’ 공연에 참석하고 한식 한복 한지 등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K-컬처’ 전시관을 둘러봤다.
이날 공연에서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이란 국립오케스트라가 ‘아리랑 연곡’, 이란의 국민가요 ‘이븐시나’를 함께 연주했다. 고대 페르시아 훈련법을 운동으로 만든 ‘주르카네’와 태권도 공연도 열렸다. 이란 내 태권도장은 3500여 곳, 수련 인구는 3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태권도가 인기를 끌고 있다.
‘K-컬처 전시관’에서는 할랄(아랍어로 ‘허용된’이라는 의미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 인증을 받은 백김치와 잡채, 밀쌈, 석류 음료 등을 직접 시식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다. 고추장 대신 토마토, 배추 대신 양파 등을 이용한 김치도 소개됐다.
이날 ‘장영실’ ‘육룡이 나르샤’ ‘옥중화’ 등 사극 드라마가 상영됐다. 관람 가능 인원(100명)의 두 배가 넘게 참석을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