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르 드가 ‘발레 수업’
‘발레 수업’은 제1회 인상주의 단체전 출품작이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수업 막바지의 부산함은 변함이 없군요. 무용수들은 2000석 규모의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림 속 남성, 쥘 페로가 공연 리허설을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미술가는 당대의 무용가이자 안무가와 가깝게 지냈어요. 유명 인사를 친구로 둔 덕을 화가는 단단히 보았습니다. 무용 연습실을 비롯해 시험장과 대기실을 드나들며 발레리나의 일상을 실감 나게 그려낼 수 있었지요.
19세기, 발레 무대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주인공이 바뀌었습니다. 무대에 서고자 소녀들은 앞다투어 오디션 무대에 섰습니다. 훈련은 혹독했고, 부상도 잦았습니다. 어렵게 시험에 합격했다고 끝이 아니었어요. 자신의 기량을 끊임없이 확인받고, 증명해야 했으니까요. 경제적 부담도 컸습니다. 무용수 지망생들은 가난한 집안 출신이 많았거든요. 부르주아 남성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었습니다. 그 대신 화가와 마찬가지로 무용수의 사적인 공간 출입이 자유로웠습니다. 후원자가 주관하는 만찬에 무용수를 불러내 춤추게 하기도 했지요. 궁핍한 소녀들에게 발레는 신분 상승의 도구였습니다. 화가의 그림 원경에는 중년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이런 딸의 꿈을 응원하는 어머니들입니다.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