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배우, 무대]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세일즈맨 윌리 로먼의 삶과 심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무대 전경. 예술의전당 제공
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잔뼈 굵은 배우들의 연기, 한태숙 연출가의 연출력만큼이나 무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윌리의 집과 10m 높이의 느티나무, 아파트를 상징하는 무대 벽 등이 주인공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극의 주 무대는 2층 규모의 소형 주택이다. 주택의 기본 뼈대를 살린 무대 세트는 높이가 550cm나 된다. 집은 아파트를 상징하는 사각형 회색 벽에 둘러싸여 있는데, 객석에서 볼 땐 정면에서 15도 정도 틀어진 상태로 비스듬히 지어졌다. 의도된 각도다. 무대 디자인을 맡은 박동우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윌리의 삶의 터전인 집만 각도를 달리 하는 것은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주인공의 현재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극이 진행될수록 무대가 좁아진다. 무대 3면을 둘러싼 850cm 높이의 벽 9개가 점점 무대 안으로 이동하며 무대 세트인 집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박 교수는 “창문 하나 없는 아파트가 계속 신축되면서 주인공의 양옥집 터를 압박하는 상황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