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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김종인 ‘동업체제’ 시한부 연장… 대선 겨냥한 힘겨루기 시작

입력 | 2016-05-04 03:00:00

[‘김종인 비대위’ 4개월 유지]더민주 ‘8월말~9월초 全大’ 확정




모두발언만 하고 나가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운데)가 3일 국회에서 열린 당 20대 국회의원 당선인-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8월 말∼9월 초에 개최하기로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3일 ‘8월 말, 9월 초’ 전당대회 개최 방침을 확정하면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잔여 임기가 4개월가량인 ‘시한부 당 대표’가 됐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내심 ‘합의 추대’를 통해 완전한 당 대표가 되고 싶어 했던 김 대표의 거취에 당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 대표의 핵심 측근은 “지금 구도가 전대 이후에도 그대로 간다고 장담할 수 있나. 그 이후를 생각해볼 것”이라고 김 대표의 심경을 전했다.

○ 金, “최소한의 인격과 예의는 갖춰야”

당내에서는 ‘전대 연기론’ ‘조기 개최론’ 등이 섞여 있었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50여 분 만에 일사천리로 결론이 났다. 김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나 자신이 비대위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고, 연기하는 걸 바라지도 않는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물리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전대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드리겠다”고 했다. 또 “아무리 정치를 이렇게 저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격과 예의는 갖춰줘야 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발언을 마치자 김 대표는 곧바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에 첫 발언에 나선 박홍근 의원은 “현실적으로 8월 말, 9월 초에 전대를 치르는 게 마땅하다”고 했고, 뒤이어 안민석 윤호중 이원욱 의원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마지막 발언을 한 설훈 의원만 “현 지도부가 당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새 지도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분위기를 뒤집진 못했다.

○ 일시적 봉합? 사실상 ‘팽’?

김 대표는 전날 주변에 “내가 (당 대표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정리를 해야 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연석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이야기한 것 그대로다”라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자기가 얘기한 대로 결론이 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과가 만족스럽나’라는 질문에는 “내가 얘기했는데 무슨 만족(하고) 만족 안 하는 게 (어딨느냐)”라고 했다.

이날 결과는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김 대표 간의 ‘일시적 봉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에게 대선 후보 경선을 맡길 순 없지만,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팽할 수 없는 게 친노의 고민”이라며 “다음 행보를 고민해야 하는 김 대표와 친노 간의 타협이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당을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김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당을 떠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표직과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전당대회까지 시간을 두고 정국 상황을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친박(친박근혜)과 무소속 유승민 의원 등 새누리당도 복잡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을 속속들이 잘 아는 유일한 인물인 김 대표의 활동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대선주자들과 물밑 교류를 하면서 새판 짜기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의 측근은 “주변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고 하지만 이번(전대 논란) 과정에서 그 관계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김 대표의 거취는 향후 정국 변화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은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의 총선 역할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다”며 김 대표와의 관계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태도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차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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