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개조/구조조정의 적들]역할 못하는 ‘자본시장 파수꾼’
2010년 11월 국내 한 증권사가 이처럼 강력 추천한 종목은 한진해운이었다. 이 보고서는 “차입금이 감소하고 현금 유입이 늘면 주가가 한 차례 더 뛰어오를 것”이라며 투자를 권유했다. 그해 말 시가총액 3조2725억 원, 주가 3만8500원이던 한진해운은 5년여 만인 3일 시총 약 5298억 원, 주가 2160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시장에서 매끄럽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신용평가사, 회계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자본시장의 파수꾼으로서 기업들의 재무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부실기업을 가려내는 일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적잖았다.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신용평가사들도 다르지 않았다. 2011년부터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으로 조선업체 위기설이 돌았지만, 신평사들은 2014년 말이 돼서야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기업 재무상태를 정확히 진단해야 하는 회계법인들은 부실 감사 논란에 휩싸여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감사한 안진회계법인은 올해 3월 뒤늦게 수조 원의 적자를 한꺼번에 반영해 과거 재무제표를 수정했다. 이 때문에 기존의 건실한 재무제표를 믿고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와 신용평가사, 회계법인 모두 분석 대상인 기업에서 수수료를 받는 구조를 갖고 있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애초부터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소신 있는 기업 평가를 하기는 더더욱 힘들다는 것이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독립성을 갖춘 리서치 전문기관을 만들면 기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보고서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