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5시간 사용때 나오는 독성물질 ‘CMIT’ 총량 시판 16종중 5종 CMIT-MIT 함유… 美화학사 “과다 노출땐 사망” 경고
○ CMIT 배출량, 셔츠 한 벌≒가습기 2∼5시간
주부 A 씨는 일주일에 한 번 다림질한다. 그때마다 옷 여섯 벌을 다리고, 500mL짜리 다림질 보조제를 반 통 정도 쓴다. 셔츠 한 벌 다릴 때 쓰는 보조제는 42.6g으로 소주잔 한 잔 분량(50g)이다. 주부 B 씨는 옷을 흥건하게 적실 정도인 90g을 사용한다고 한다. A 씨의 아이는 30분에 한 번꼴로 옷을 입에 넣는다. 한번 빨기 시작하면 A 씨가 말릴 때까지 17초 동안 옷이 아이의 입안에 들어 있다. 이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최근 소비자 500명을 설문하고 국내외 소비자 연구 결과를 종합해 도출해 낸 다림질 보조제의 평균 사용 행태다.
그러면 ‘대한민국 평균 주부’ A 씨가 셔츠를 한 벌 다릴 때 뿜어져 나오는 CMIT는 얼마나 될까. CMIT의 농도가 13ppm으로 가장 높았던 A 사의 제품에 평균 소비자 사용량을 대입하면 셔츠 한 벌을 다릴 때의 CMIT 배출량은 0.56mg. 보조제를 많이 사용하는 B 씨 기준으로는 1.17mg이다. 27명의 폐질환 사망을 초래했다는 의혹을 받는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제조사 권장량대로 물 4L(16시간 가습기 작동 가능)에 20g씩 희석해 사용할 경우 시간당 배출되는 CMIT가 0.25m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양이다. 셔츠 한 벌을 다릴 때마다 ‘가습기메이트’를 짧게는 2시간, 길게는 5시간 사용했을 때와 비슷한 CMIT가 배출되는 셈이다.
다림질 보조제는 가습기 살균제와 달리 코나 입으로 직접 흡입하는 경우가 드물어 단순히 CMIT 배출량만으로 위해성을 비교하긴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림질 보조제를 바닥에 내려놓은 다림판을 향해 분사하는 경우가 많아 주변에 영유아가 누워 있는 경우 급성 흡입의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환경부가 스프레이 형태의 다림질 보조제에 CMIT·MIT를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 “고농도 사용 때 화상-실명 등 부작용 초래”
환경부는 CMIT와 MIT가 폐와 피부 질환을 초래한다는 각종 연구 결과에 따라 2012년 9월 이들을 유독물질로 정했다. 당시 환경부의 동물실험 결과에 따르면 물 1L에 CMIT를 0.33mg 희석해 4시간에 걸쳐 가습기로 배출시켰더니 실험 대상인 흰쥐 절반이 숨졌다. 지난해 6월 미국 화학기업 다우케미컬은 CMIT·MIT를 사용한 자사 제품의 ‘상품안전평가서’를 공개하고 “고농도로 사용할 경우 화상, 각막 손상, 실명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많은 양에 노출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샘물 기자
::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
제품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첨가하는 살균 방부제 성분. 흡입 시 기관지 염증을 유발하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어 2012년 9월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했다. 애경 가습기메이트에 사용돼 27명의 폐질환 사망자를 낳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림질 보조제, 수영장 살조제, 자동차 에어컨용 항균필터 등에도 사용되고 있는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