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 빨리 끌어내리는 것 지칭… 조기강판 기준은 사람마다 달라 올 시즌 퀵후크 1위 팀은 한화… 25경기중 16경기서 선발 조기교체
미국 ABC방송 연속극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 후크 선장이 한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프로야구 기사에서는 ‘퀵후크(Quick Hook)’라는 표현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사통합검색(KINDS) 서비스에서 찾아보니 2014년이 돼서야 이 표현이 신문 기사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말하자면 ‘신상’인 셈입니다.
이 표현은 야구 감독이 선발 투수를 마운드에서 빨리 끌어내리는 것을 가리킵니다. 어느 정도가 빠른 건지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다릅니다. 6이닝을 3실점 이하로 던지고 있던 선발 투수를 강판시키는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6회 이전에 선발 투수를 내리는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퀵후크를 따지려면 먼저 ‘피해 점수(DS·Damage Score)’를 계산해야 합니다. DS는 ‘투구 개수+(실점×10)’으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두산 니퍼트(35)는 1일 경기에서 6과 3분의 2이닝 동안 공 113개를 던져 1실점으로 KIA 타선을 막았습니다. 그러면 이 경기에서 니퍼트의 DS는 123(=113+1×10)이 됩니다.
이렇게 모든 경기 선발 투수에 대해 DS를 계산합니다. 그 다음 이 숫자가 하위 25%에 속할 때를 퀵후크라고 부릅니다. 3일 현재까지는 DS가 104 이하일 때가 퀵후크입니다. 거꾸로 이 숫자가 상위 25%에 속할 때는 ‘슬로후크(Slow Hook)’라고 합니다. 현재 기준은 135입니다.
현재까지 퀵후크가 가장 많은 팀은 역시 한화입니다. 한화는 25경기를 치르는 동안 16경기(64.0%)에서 선발 투수를 빨리 마운드에서 내렸습니다. 이 16경기에서 한화는 5승 11패(승률 0.313)를 기록했습니다. 퀵후크가 아니었던 나머지 9경기에서도 3승 6패(승률 0.333)였으니까 흔들리는 선발 투수를 빨리 내려도 초반 실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던 겁니다.
지난해에도 한화는 54번으로 퀵후크가 가장 많은 팀이었습니다. 이 54경기 성적은 24승 30패(승률 0.444)로 나머지 경기 승률 0.489(44승 46패)보다 낮았습니다. 선발이 무너진 걸 감안하면 승률 관리에 성공한 게 아니냐고요?
어쩌면 이런 차이 때문은 아닐까요? “안타깝게도 선발 투수가 무너졌으니 오늘은 좀 버텨 달라”고 구원 투수들에게 부탁하는 감독이 있는 반면에 “처음부터 사실 선발 투수는 누구라도 관계없었다. 우리는 어차피 그 다음 투수들로 승부하는 팀”이라고 생각하는 감독도 있을 겁니다. 그 차이가 현대 야구에서 강팀과 약팀을 가르는 기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