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대학원을 가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로스쿨이나 경영학석사(MBA) 과정, 주간에 수업을 듣는 풀타임 대학원 과정을 밟거나 유학을 가는 경우다. 이는 자신의 커리어를 학계나 법조계 등으로 바꾸려는 목적이 있거나 그 나름의 목표가 있어 몇 년간 직장을 떠나 과감한 투자를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대부분의 직장인은 직장을 다니면서 야간이나 주말에 다니는 석사 과정을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한 후배는 현 직장에서 임원이 되는 것이 목적인데 대학원을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 직장에서 임원들은 대부분 대학원을 졸업했다는 이유였다.
그럼, 언제 대학원을 가야 할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가고 싶을 때 가는 것이 대학원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경험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해보고 싶고, 국내외 사례 등을 나름대로 분석해보고 싶은 욕구가 들 때가 있다. 또 다른 후배는 기업 홍보실에서 근무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공헌 활동 분야에 좀 더 관심이 생겼고, 공부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 후배에게는 “적극적으로 진학을 고려해보라”고 말했다.
요즘 시대에 대학원을 졸업했다고 외부에서 알아주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수천만 원에 이르는 학비와 시간 투자를 생각할 때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공부를 통해 정리도 하고 내면적으로 만족을 얻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오히려 다른 곳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차라리 그 학비로 국내외 여행을 하거나, 책이나 영화를 실컷 보거나, 아니면 비상시를 위해 수천만 원을 저금해놓는 것도 좋다. 양이 많아지면 값어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대학원 학위 소지자는 차고 넘친다. 더군다나 직장인 대상의 대학원 프로그램들은 학교 입장에서도 돈벌이 수단인 경우가 많다.
오히려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은 대학원 진학이 아니라 “내가 공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바쁜 일상에 파묻혀 자기 경험을 돌아보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을 읽어내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런 새로운 흐름은 오히려 대학원이 더 늦는 경우도 많다. 자기만의 공부 방법이 있어야 한다. 온라인은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주었다. 테드(TED) 강연이나 구글 내에서 세계적인 저자들이 하는 강연 영상(author@google) 등을 통해 공부할 수도 있다. 1만 원으로 훌륭한 영어학습 강의도 들을 수 있다. 조금 더 돈을 투자한다면 외국에 있는 전문가와도 영상통화로 컨설팅이나 코칭을 받을 수 있다. 작년 동아일보 초대로 방한한 세계적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은 한 달짜리 프로젝트 중심의 MBA 과정을 온라인에서 운영하며 전 세계 직장인들을 연결하고 있다. 이런 알찬 단기교육 프로그램은 국내외에 수없이 많다.
대학원은 꼭 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공부는 꼭 해야 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