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당 터로 소문나 재벌들이 모여 살고 있는 서울 한남동 주택가.

안영배 전문기자
경영자의 운을 중시한 대표적 인물로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을 꼽을 수 있다. 그는 경영자가 운을 잘 타고 나가기 위해서는 “운이 오기를 기다리는 둔한 맛(鈍)이 있어야 하고, 운이 트일 때까지 버텨내는 끈기와 근성(根)이 있어야 한다”(‘호암어록’)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운둔근(運鈍根)’이라는 친필 휘호에는 그런 뜻이 담겨 있다. 건강식품판매업으로 일본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오른 사이토 히토리(齋藤一人) 역시 운을 얘기했다. 그는 운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운 경영법’을 주창했다.
이성과 합리를 중시하는 서양인 중에도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극단적인 소득 불평등의 요소로 개인 생산성, 정보 등을 선취하는 권력, 그리고 우연한 행운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운을 성패의 요소로 꼽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인생 사계절 중 성공 가도를 줄곧 달려온 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가 있다. 겨울 15년이다. 바로 이병철 회장이 강조한 둔과 근이 필요한 시기다. 동물로 치면 동면하는 계절인데 동면을 하지 않고 여전히 가을인 것처럼 질주하면 혹독한 시련이 기다린다.
수많은 근로자의 밥줄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인의 운을 예로 들어보자. 한때 ‘샐러리맨 신화’로 주목받은 A그룹과 B그룹의 두 창업주는 벌이는 사업마다 승승장구하며 계열사 수십 개를 거느린 재벌로 성장했다. 인생의 여름과 가을을 알차게 보낸 결과다.
이들은 정상의 위치에 오르자 재벌 회장의 격에 어울리는 집을 물색했다. A그룹 회장은 우리나라 재벌들이 모여 사는 서울 남산 자락의 한남동에, B그룹 회장은 강남의 부자 밀집 지역에 대저택을 마련했다. 그런데 새집으로 옮겨간 후부터 기업 경영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사들인 기업이나 새로 벌인 사업들이 말썽을 부렸다. 결국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두 그룹은 부도를 내고 말았다. 두 회장 모두 인생의 겨울 시기에 접어들어 벌어진 일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여름과 가을의 호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겨울의 하강 운기에 이르면 혼탁하고 유해한 천기(편의상 천살·天殺로 칭함)나 암반수맥대 등 유해한 지기에 노출된 집을 찾아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두 회장이 새로 사들인 집터는 이전의 집보다 규모는 크고 화려했으나 공통적으로 천살에 노출돼 있었다. 이런 현상은 스타급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 등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반면 인생의 겨울을 안락하게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이들은 조건 없이 적선(積善)을 하는 공통점이 있다. 기업인들의 경우는 겨울에 접어들면 스스로 둔과 근을 실천하거나, 상승운에 있는 전문경영인이나 후계자를 내세워 겨울을 난다. 미국의 빌 게이츠 같은 이가 본받을 만한 사례다.
안영배 전문기자 ojong@donga.com·풍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