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루사리 패션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루사리는 머리카락과 목을 가리는 히잡의 일종. 일부 누리꾼은 ‘여성 억압 도구인 히잡을 흔쾌히 착용한 박근혜’ ‘생각도 자존심도 없는 대통령’이라 비난했다. 모 기독교 단체는 “히잡은 곧 이슬람 신자임을 의미한다”면서 ‘굴욕적 외교’란 논평을 냈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소리도 높다. ‘히잡=여성 억압’이란 단순 도식이 종교의 전통과 문화 정체성을 지키려는 무슬림 여성에 대한 비하라는 지적이다. 과거 아부다비에 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머리에 스카프를 동여맨 사진을 소개하면서 ‘전통 존중의 표시’라고 박 대통령의 히잡을 옹호한 누리꾼들도 있다.
▷미셸 여사는 작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머리카락을 노출했으나 그보다 5년 전 인도네시아 방문 땐 스카프로 머리를 꽁꽁 감쌌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어땠을까? 2012년 사우디에선 히잡을 안 썼지만 2009년 파키스탄 방문 때는 착용했다. 같은 이슬람권 국가라도 그때그때 달랐던 셈이다. 청와대는 이슬람 문화와 현지 율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루사리 착용을 결정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을 방문한 최초의 비(非)이슬람권 여성 지도자란 점도 고려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