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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은 ‘정책 조합’ 맞추기 구체화… 구조조정 재원조달 방안 10여가지 거론

입력 | 2016-05-06 03:00:00

이주열, 국책銀 ‘자본확충펀드’ 의미
李총재 “중앙銀 손실 최소화가 원칙”… 정부, 일부 재정투입 불가피해 난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과 관련해 출자보다 대출을 통한 자본확충펀드 활용 방안을 내놓으면서 정부와 한은 간의 ‘정책 조합(policy-mix)’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내심 한은이 직접 출자에 나설 것을 기대했지만, 한은이 회수를 전제로 한 대출 방식을 제시하면서 최종 합의안 도출 과정에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정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와 한은, 정치권 등에서 현재 거론되는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자본 확충 방안은 10가지 남짓이다. 이 중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세계잉여금 현금 출자, 공기업 주식 현물 출자 등은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들이다. 반면 자본금 직접 출자, 채권 인수,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등 후순위채 인수 등은 한은의 힘이 필요한 카드다. 정부와 한은이 어떤 수단을 통해 얼마만큼의 부담을 나눠 갖느냐가 현재 논의의 핵심이다.

이 총재가 한은의 직접 출자보다 자본확충펀드 등 대출 방식이 적합하다고 밝힌 것은 안정적인 대출 회수를 통해 중앙은행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09년 3월 조성된 자본확충펀드는 한은, 산업은행 등이 자금을 조달해 펀드를 만든 뒤 이 펀드가 은행의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을 사들여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는 방식이었다. 한은이 산은에 약 3조3000억 원을 대출하고 산은이 이 자금을 다시 대출해 주는 방식으로 펀드가 조성됐다.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한은은 대출 자금을 전액 회수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융위기 이후 민간 회사인 AIG나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을 지원할 때도 출자보다 지원금 회수가 가능한 대출 방식을 택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가 “출자 방식을 100%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발권력 동원에 신중한 기조를 재차 강조해 최종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이 총재의 ‘프랑크푸르트 발언’에 대해 “큰 틀에서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면서도 아쉬워하는 기색이다.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할 경우 정부 보증이나 일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가부채와 직결되는 재정 투입을 최소화하려는 정부로선 난감해하는 대목이다.

다만 양측 모두 자본 확충을 둘러싼 시각 차이가 갈등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하는 반응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4일 관계 기관 태스크포스(TF)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만큼 이 총재가 제시한 방안을 포함해 다각도로 검토한 뒤 최적의 정책 조합을 도출해 내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 역시 이날 발언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방향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한편 20대 국회 개원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 차원에서 구조조정 자금 마련 방안에 대한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법인세율을 올려 5조 원의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율(현행 24.2%)이 23%를 넘으면 오히려 세수가 감소한다”며 비과세·감면 축소가 세수 확보에 더 효과적이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 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