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의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RB)의 최고경영자(CEO)가 주주총회장에서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라케시 카푸어 레킷벤키저 CEO는 5일(현지 시간) 주주총회장에서 주주들에게 “대단히 유감스럽고, 개인적으로 매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영국 BBC 방송과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현지 언론들이 6일 일제히 보도했다. 카푸어 CEO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레킷벤키저가 안전수칙을 변경했다”며 “피해자에 대해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주주총회장 밖에서는 살균제 피해자 가족인 김종덕 씨와 최예용 환경보건시민단체 소장 등이 직접 항의 시위를 벌였다. 카푸어는 이들에 대해 “사람들이 우리에게 이 문제가 잘 보이도록 밖에서 시위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다”고 언급했다.
텔레그래프 역시 카푸어 CEO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에 대해 “개인적인 사과(a personal apology)를 발표했다”며 케킷벤키저의 주요 신흥시장인 한국에서 반발이 커지면서 롯데마트가 옥시 제품을 진열대에서 치웠다고 전했다.
진보 성향 매체 가디언은 카푸어 CEO가 고액 보수 문제로 주총에서 비판받은 사실도 덧붙였다. 주총 시즌을 맞이한 영국 기업들이 임원진 보수 문제로 주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면서 카푸어 CEO의 사례를 거론한 것이다. 가디언은 “레킷벤키저가 한국에서 100명 정도의 목숨을 앗아간 살균제 스캔들에도 빠져 있다”며 “카푸어 CEO는 회사가 실수를 했다고 재차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고 전했다.
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