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회주의 완성 새로운 이정표”… 실체없는 김정은의 쇼

입력 | 2016-05-07 03:00:00

[北 36년만의 黨대회]




6일부터 평양에서 열린 북한 7차 노동당 대회는 집권 5년 차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자신의 유일독재 장기집권 시대를 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선중앙TV는 이날 노동당을 가리켜 ‘김정은의 당’이라는 선전 문구를 처음으로 썼다. 할아버지(김일성)-아버지(김정일)의 유훈통치에서 벗어나 홀로 서겠다는 모습을 내비친 것이다.

조선중앙TV는 이날 7차 당 대회의 안건으로 △당 중앙위원회 사업 총화(결산) △중앙검사위 사업총화 △당 규약 개정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최고 수위에 높이 추대할 데 대하여 △노동당 중앙기관 선거를 제시했다. 첫날 당 중앙위 사업 총화를 하고 마무리한 만큼 당 규약 개정 등 나머지 안건은 당 대회 기간에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당 핵심 엘리트의 운명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날 김정은이 일어서서 당 대회 개회 선언을 하는 동안 주석단에 앉아 지켜봤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건재 가능성이 예상된다. 하지만 상당수의 핵심 엘리트는 당 대회 중앙기관 선거를 거치면서 물갈이될 가능성이 있다. 원로들이 퇴진하고 여동생 김여정을 비롯한 ‘신진 김정은 친위세력’이 득세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정은이 자신의 시대를 공언하기 위해선 김일성의 주체사상, 김정일의 선군사상 같은 수준의 새로운 노선과 사상이 필요하다. 김정은 덕분에 핵보유국이라는 새로운 지위에 올랐다고 주장하면서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핵 보유를 명시할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조선중앙통신은 “핵강국 우주강국을 통해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를 더욱 힘차게 열어 나갈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북한이 대회 기간 핵강국, 경제-핵 병진노선을 바탕에 깔고 경제발전 5개년 계획 등 중·장기 경제 비전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개혁 개방으로의 극적인 정책 전환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 사회주의 번영 내세워 주민들 계속 쥐어짤듯


김정은은 개회사에서 “우리 당과 혁명 발전에 뚜렷한 자욱을 남기는 역사적인 대회로 주체혁명 위업의 종국적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총진군대회로 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당 대회는 영광스러운 김일성·김정일주의 당의 강화 발전과 사회주의 위업의 완성을 위한 투쟁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는 역사적인 계기로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또 “7차 당 대회에서는 인민이 이룩한 경험을 총화하고 사회주의 대번영기를 이루기 위한 혁명 전진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고 이번 대회 개최 방향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당은 영원히 필승불패라며 사회주의 건설 대번영기를 계속 열어나가야 한다”며 “당에 대한 충정과 애국 열의로 7차 당 대회를 승리자의 대회, 영광의 대회로 악랄한 압살 책동을 부수자”고 말했다.

김정은이 당 대회를 열고 집권 5년의 각종 성과를 선전했지만 성과의 실체가 없는 ‘쇼’였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포장하기 위해 김정은은 경제개발 중·장기 계획 등을 내놓은 뒤 “이 길이 사회주의와 강성대국의 최후 승리를 위한 길”이라고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회 이후에도 강성대국에 이를 때까지 만리마 속도를 내세우며 주민들을 계속 쥐어짜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 김정은 유일독재 정당화할 새 지위는


북한이 대회 기간 김정은 시대 본격화를 정당화할 새로운 지위를 부여할 가능성도 있다. 조선중앙TV는 대회 안건으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최고 수위에 높이 추대할 데 대하여’를 적시했다.

김정은 집권을 공식화한 2012년 4월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은 노동당 총비서나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아닌 제1비서, 제1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됐다. 김정일이 김일성 자리였던 국가주석에 오르지 않고 국방위원장에 올랐듯이 김정은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자리는 건드리지 않은 것. 이때 김정일이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된 만큼 총비서 직함 추대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정부 당국자는 말했다. 이 당국자는 “김일성이 가지고 있었으나 1966년에 사라진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당 대회에서 부활시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