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전기차 ‘급가속’
전기 1000kWh를 충전하는 데 저속과 고속 모두 1.2위안(약 210원)으로 같다. 20위안에 배터리 용량을 가득 충전하면 150km를 달릴 수 있다. 베이징의 한 택시 운전사는 “휘발유로 같은 거리를 가려면 12L에 67위안이 든다”고 말했다. 쾌속충전은 속도는 빠르지만 배터리 수명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저속충전을 선호하는 운전자도 많다.
이곳에서 만난 장양(張陽·28) 씨는 12만 위안짜리 베이치(北汽) 전기차를 정부보조금과 세금면제 덕에 8만 위안에 사서 2년째 타고 있다. ‘중국형 우버’와 비슷한 콜택시 회사에 등록해 자가용 영업을 하는 장 씨는 “베이징에서 자가용을 굴리려면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번호판을 추첨으로 뽑아야 한다”며 “전기차는 번호판 추첨이 없거나 발급이 빠르고 가격이 싸며 5부제 운행 제한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씨는 “전기차는 최고 속도가 시속 120∼130km로 느리고 한 번 충전에 150km가량밖에 주행할 수 없어 충전소가 없는 시 외곽으로 장거리 운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배터리 용량과 파워를 늘리고 충전소를 확충하고 충전 시간도 단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단점에도 중국에서 전기차(전기 및 하이브리드 포함)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2011년 8159대이던 전기차 생산량은 2014년 7만4763대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생산 37만 대, 판매 33만1100대(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는 2459만8000대)로 4배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중국은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이 됐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4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린 ‘2016 베이징 모터쇼’에서도 전기차가 많은 관심을 끌었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운영하는 텅쉰(騰訊)이 투자한 상하이의 ‘넥스트EV’는 이번 행사에서 2017년 미국 유명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 전기차의 반값에 신차를 내놓는다. 스마트폰과 TV를 생산하는 전자회사 러에코(LeEco)는 ‘무인 전기자동차’ 콘셉트 카를 선보였다. ‘자동운전 모드’로 바뀌면 핸들이 사라져 관람객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중국 업체는 이치(一汽) 상치(上汽) 둥펑(東風) 창안(長安) 베이치(北汽) 광치(廣汽) 화천(華晨) 치루이(奇瑞) 비야디(BYD) 등 대부분이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었다. 독일 BMW와 일본 닛산에 이어 미국 GM과 테슬라 등 글로벌 회사도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태세다. 중국 전체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의 비중은 2014년 0.3%, 2015년 1.5%로 성장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중국 광둥(廣東) 성 선전 시에서는 2010년 5월 50대의 ‘전기 영업용 택시’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세계 도시 가운데 처음이다. 베이징 시에서는 창핑(昌平) 구 등 8개 기초 지방정부에서 950대의 ‘영업용 전기택시’가 운행되고 있다. 중국은 2020년에는 전기버스와 영업용 택시를 50만 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KIET) 북경지원장은 “중국은 기존 화석연료 자동차 개발 분야는 선진국을 추월하기 어렵다고 보고 기술 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전기차 분야에서는 선도국으로 부상한다는 계획을 갖고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