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준 5단 ● 송규상 5단 준결승 2국 6보(69∼81)
바둑 둘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냉철한 판단을 하는 것이다. 기분과 느낌에 좌우되지 않고 오직 그 상황에서의 최선만을 따질 수 있는 평정심. 알파고는 바둑 실력 이전에 그런 점에서 이미 이세돌 9단을 앞서고 있었다. 기계와 달리 인간 최고수 역시 감정 기복을 겪기 때문이다.
백은 중앙 몸싸움에서 흑에게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흑에 두 번의 이단젖힘을 당하고도 별다르게 반격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게 기분은 나빠도 백이 좋지 않은 행마를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백 ○가 나왔다. 흑에 밀리는 것 같은 상황에서 ‘반격’의 의미로 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백 ○는 지나친 피해 의식으로 인한 무모한 질주였다. 그냥 참고도 백 1, 3으로 유연하게 늘어 일단 하변 백 집을 만들어야 했다. 우변은 백 5로 갈라치면 백 9까지 타개에 별문제 없다. ‘가’로 끊는 약점도 노려 볼 수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