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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商議 회장 “정치인은 표만 의식… 구조조정 못맡겨”

입력 | 2016-05-09 03:00:00

스테판 뮈클레르 말뫼商議 회장
“노사가 직접 위기 해법 찾아야… 인원감축보다 비전 제시 우선”




“이 사무실에서 몇 주 동안 창밖으로 크레인이 해체되는 모습을 지켜봤죠.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더 이상 ‘과거의 화려했던 유산’에만 매달려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곧 깨달았습니다.”

이달 2일(현지 시간) 스웨덴 말뫼 중앙역 앞 옛 코쿰스 조선소 부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말뫼 상공회의소. 이곳에서 만난 스테판 뮈클레르 말뫼 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은 사무실 유리창 밖을 가리키며 “저곳이 ‘말뫼의 눈물’이 서 있던 곳”이라고 말했다.

뮈클레르 회장은 “스웨덴은 1938년 기업과 노동자 간 ‘살트셰바덴 협약’ 이후 위기가 닥칠 때마다 노사 간 토론으로 해결책을 찾는 전통을 지켜왔다”며 “위기에 닥친 업종의 구조조정은 기업인과 노조가 직접 나서야지 정치인에게 맡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인은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정부 보조금으로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공장을 살리려는 ‘단기 처방’에만 매달리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조선업은 이제 대형 벌크선 제작은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노동집약적 산업은 생산비가 조금 더 싼 곳으로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는 “조선업의 중심은 유럽에서 일본, 한국으로 이동했다가 지금은 중국인데 다음에는 인도나 베트남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대신 한국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 건조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뮈클레르 회장은 “한국은 여전히 최신 기술을 갖춘 조선 강국”이라며 “구조조정에선 단순한 인원 감축보다는 새로운 비전을 마련하는 일이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의 공장인 아시아는 여전히 조선과 해운업의 최대 시장입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새로운 북극항로 개발도 조선업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죠. 북극해와 같은 극지를 오가는 차세대 선박을 개발하는 것은 한국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말뫼=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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