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대회서 핵보유국 처음 선언… “핵무력 더욱 강화” 남북군사회담-연방제 통일 주장… 정부 “진정성 없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개혁·개방을 외면하고 경제·핵 병진 노선을 바탕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면서 남북 군사회담을 제의하는 대남 평화공세를 본격화했다. 국제사회가 강조해 온 핵 포기를 거부하면서 한국에는 “통일의 동반자”라는 명목으로 적극적으로 대화의 손을 내미는 이중적인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김정은은 7일 당 대회 중앙위원회 사업 총화(결산) 보고에서 김일성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연방제)에 따른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남북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북 심리전 방송과 대북 전단 등 비방 중상을 중단해야 한다”며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우선 북남 군사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고 밝혔다. 연방제 통일을 위해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조선중앙TV는 이런 김정은의 보고 내용을 8일 오후 3시(한국 시간 오후 3시 반)부터 3시간여 ‘특별중대방송’ 형식으로 녹화 중계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지위, 노동당 규약 개정 등 당초 6일에 예고했던 당 대회 안건의 진행 여부 및 결과 등에 대한 추가 발표는 없었다.
김정은은 북한이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며 “적대 세력이 핵으로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전파(핵확산) 방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 보유 인정을 전제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 없는 세상’을 본뜬 ‘김정은식 핵 독트린’을 발표한 것이다.
경제 분야에선 1987년 제3차 7개년 계획 이후 처음으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했다. 대외경제 확대와 시장경제 요소가 일부 포함된 경제정책의 전면 확립 의사를 밝혔지만 전체적으로 ‘사회주의 경제강국’을 강조해 개혁·개방과 거리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당 대회에서 휘황한 설계도를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구체적 비전이나 개혁·개방 의지를 찾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핵위협을 하면서 대화를 제의한 것은 진정성 없는 선전공세로 앞뒤가 안 맞는 모순”이라며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에서 비핵화가 최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