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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신민기]내수활성화, 만병통치약?

입력 | 2016-05-09 03:00:00


신민기 경제부 기자

며칠 전 부서 회식 자리에서 한 후배가 휴가 때 제주도 여행을 간다고 했다. “역시 경제부 기자라 휴가도 내수 살리러 국내로 가는구나.” 경제부 기자들다운 싱거운 농담이 오갔다. “그러고 보니 오늘 회식도 내수 살리기네요. 그런 의미에서 탕수육 하나 더 시켜도 될까요?”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까지 나흘간의 황금연휴가 이어졌다. 명분은 내수 진작이었다. 정부는 꽁꽁 얼어붙었던 내수가 최근 들어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이번 기회에 불을 붙여 보자며 임시공휴일을 지정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황금연휴 첫날인 5일 영화관과 쇼핑몰을 찾아 내수 살리기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통업계와 관광업계 등도 각종 이벤트와 할인 행사를 쏟아내며 보조를 맞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1조3500억 원의 경제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임시공휴일에도 비슷한 경제효과가 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이번 임시공휴일 효과가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불과 일주일을 남겨두고 결정된 깜짝 공휴일의 한계가 컸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쉬지 못했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진 맞벌이 부부들은 발을 굴러야 했다. 하필이면 6일 전국적으로 비까지 내려 나들이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임시공휴일도 그렇지만, 내수 활성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사방에서 ‘내수 활성화’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고 있다. 늘 하던 카드사 무이자 할부 행사며 마트의 ‘1+1’ 행사도 ‘내수 활성화’라는 애국적인 이름으로 바뀌었다. ‘물건을 싸게 사면서 국가 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으니 얼마나 뿌듯한가. 그러니 이 제품을 사달라’는 식이다.

이쯤 되니 내수 활성화라는 탈을 쓴 업계의 상술에 속아 넘어가는 게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정부는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국내 관광을 장려하고 내수를 진작시키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쉬는 날이 부족해서 소비를 못 한 건 아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해외여행이나 해외 직구(직접 구매) 규모를 봐도 알 수 있다. 또 임시공휴일에 반짝 소비가 늘어난다고 해도 앞으로 써야 할 것을 당겨서 쓴 것일 가능성이 높다. 임시공휴일 지정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관광의 품격을 높이고, 저렴하고 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 정직하게 팔도록 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처분소득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가계 소득이 늘고 빚 갚을 걱정이 줄면 자연스레 씀씀이도 커진다.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데 내수를 살리겠다고 소비를 부추기면 기분만 상한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일회성 처방도 필요하지만 정부는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언제까지고 휴일을 늘릴 수는 없는 일이다. 소득이 늘어나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유지돼야 소비가 살아난다. 구조개혁과 산업 개조를 통해 경제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세종에서
 
신민기 경제부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