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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하룻밤에 와인 10병 마시고 위 상태 나빠져…”

입력 | 2016-05-09 15:25:00

동아일보DB

TBS 화면 캡처


지난달 12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난 후지모토 겐지(藤本建二·69)의 방북 수기가 9일 발매된 일본 잡지 슈칸겐다이(週刊現代)를 통해 공개됐다.

당시 김정은이 마련한 식사 자리에 초대받았던 후지모토는 수기에서 “김정은이 고급 보르도 와인으로 건배한 뒤 ‘며칠쯤 전에 보르도 와인을 10병 비웠더니 위의 상태가 나빠진 것 같다’며 잔을 다 비우려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후지모토는 또 이 자리에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가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딸(주애·2013년생)이 감기에 걸렸다. 아내와 딸은 함께 격리됐다’고 김정은이 설명했다”고 전했다.

후지모토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감기에 걸린 사람은 완쾌 후 10일이 지날 때까지 최고사령관 옆으로 갈수 없다. 또 김정은을 면회할 때는 목욕을 하고 혈액검사를 비롯해 정밀한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후지모토에게는 ‘오랜 친구’라며 특별히 절차를 면제해줬다.

이 자리에는 최근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승진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28)도 참석했는데, “김여정이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차남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는 소문이 일본에서 돌고 있지만 이는 오보이며, 아직 독신인 것으로 들었다”고 후지모토는 밝혔다.

후지모토는 또 “‘일본은 우리나라를 어떻게 보고 있지?’라는 김정은의 질문에 잠시 망설였지만 ‘최악입니다. 올해 들어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며 “그러자 김정은은 ‘로켓이나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것은 미국 탓이다. 미국과의 관계는 여전히 험악하지만 전쟁할 마음은 없다. 어디에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쏘아올리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은이 자신을 초대한 이유에 대해 “일본인 중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나 한 사람밖에 없다. 그래서 나에게 일북 간의 가교가 돼 달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석하며 “5월 하순에 재 방북키로 했다. 다음 방북 때는 아베신조 (安倍晋三) 총리의 친서를 전달하고 싶다. 납치 피해자들을 정부 전용기에 태워 일본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수기에 적었다.

1989년부터 김정일의 전속요리사로 일했던 후지모토는 김정일의 중매로 당시 북한의 인기가수였던 엄정녀(48) 씨와 결혼했으나 2001년 아내와 딸을 남겨 두고 북한을 떠났다. 이후 10여 년이 흐른 2012년, 후지모토는 김정은의 초대로 다시 북한을 방문해 가족과 재회했고 그 후로 북한을 드나들 수 있게 됐다. 그는 김정일의 요리사 시절, 어린 김정은과 놀이 친구로 깊은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진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