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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보수票 이탈하는 소리 안들리나”

입력 | 2016-05-11 03:00:00

새누리 초선 당선자 연찬회… 김형오 前의장 강연서 쓴소리
“지도부와 그 윗선 탓에 총선 참패… 당장 선거하면 120석도 못얻어”
이정현 “대접 바라지말고 머슴돼라”
일각 “정진석 비대위원장 맡아야”




특강 듣는 초선들 새누리당 초선 당선자들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초선 당선자 연찬회에 참석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김 전 의장은 보수정당이 큰 위기라며 철저히 토론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역대 보수 정당 최악의 참패요, 최악의 선거를 했다. 하지만 오늘 당장 선거를 하면 새누리당은 120석도 못 얻을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사진)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초선 당선자 연찬회 특강에서 당선을 축하하면서도 이같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 김형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 없어”

김 전 의장은 강연에서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무능하고, 무력하고, 국민을 우습게 보는 당 지도부와 그 윗선 때문에 참 괜찮은 사람들이 낙마했다”며 공천 파동을 일으킨 지도부와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가 해산하고 끝이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보수 표가 엄청나게 이탈하고 있는 소리가 안 들리느냐”고 지적했다. 또 “지금 새누리당에 새로 태어나겠다는 각오와 결의가 있느냐”며 “초선이기 때문에 안 한다는 건 핑계이고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최교일 당선자(경북 영주-문경-예천)가 수습 방안을 묻자 “이런 연찬회 모습도 마음에 안 든다. 3일 정도는 당선자가 모두 모여 물만 마시며 철야 토론하고 뼛속까지 철저하게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또 “본회의장 상임위 꼬박꼬박 출석, 무더기 법안 발의하면 범생 수준 의원만 된다. 영혼이 없다”며 “밤낮 주야장천 지역구에서 보내는 사람이 있다. 지역구를 붙박이용으로 하지 말고 (법안) 한 개라도 제대로 하고 4년 후 불출마 선언하는 게 낫다”고도 했다. 김 전 의장은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공식 제안을 받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날 연찬회는 총선 뒤 초선 당선자들만의 첫 공식 일정이지만 행사 시작 후 한 시간이 지나도록 전체 45명 중 출석률은 84.4%(38명)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연찬회장에 들어서며 불참자를 겨냥해 “오늘 안 오신 당선자들은 적어 놨다가 나중에 불이익을 줘야겠다”며 뼈 있는 농담을 했다. 결국 4명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끝까지 불참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강연에서 “여론을 무시하고 급하게 가는 사람은 떨어지더라”며 “담뱃값 인상할 때 주도한 분, 자유무역협정(FTA) 주장했던 분 다 낙선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를 해보니 지역의 여론을 잘 들어야 표로 연결된다”며 “그것을 여론이 아닌 정론 그리고 국가경쟁력 쪽으로 무리 없이 속도 조절하면서 당겨 오는 과정이 의원 생활”이라고 했다. 특정인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담뱃값 인상을 주도한 김재원 의원과 한미 FTA를 주도했던 김종훈 의원 등을 염두에 둔 발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 이정현 “지역에서 머슴이 돼라”

이날 새누리당의 ‘불모지’인 호남(전남 순천)에서 3선에 성공한 이정현 의원은 특강에서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하인 리더십)’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역에서는 국회의원 대접을 받으려 하지 말고 선거 때 자신이 했던 공약대로 철저하게 머슴이 돼야 한다”며 “각자가 국회의원의 모델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비공개 토론에선 전날 당선자 총회에 이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방향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정종섭 백승주 당선자는 “비대위원장으로 외부 영입만 생각할 게 아니라 (정)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개혁적인 내부 인사들로 비대위를 만들자”고 말했다고 한다. 두 당선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행정자치부 장관과 국방부 차관을 지낸 친박(친박근혜)계다.

총선 참패 책임론에만 머물 게 아니라 혁신할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성태 비례대표 당선자는 “지금까지 총선 참패 책임에 대해서만 얘기했는데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원내대표는 이날 새 원내지도부와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직후 “당의 공동화(空洞化)를 계속 방치할 수 없다”며 7월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비대위가 실권도 없이 전당대회 관리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는 “비대위든 혁신위든 활동 시한을 전당대회 이후로 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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