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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누구의 사람’ 소리 들으면 미래없다”

입력 | 2016-05-11 03:00:00

더민주 초선 당선자 워크숍
김종인, 당내 패권주의 청산 주문… 우상호도 “계파 기웃거리지 마라”
우상호 “정권교체까지 金 손잡고 가야”… 변재일 정책의장 임명안에도 “존중”
당내 “金-86그룹 공조 나서나” 촉각




金대표, 후두염 수술받고 복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운데)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초선 당선자 워크숍에서 강연자로 나선 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 대표 옆은 우상호 원내대표.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초선 때부터 계파에 줄 서지 마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20대 국회 초선 당선자들에게 10일 공개적으로 한목소리로 계파 활동 자제령을 내렸다. 당내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의 리더 격인 우 원내대표는 이날도 거듭 ‘김종인 역할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와 86그룹이 본격적인 공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누구의 사람’이라는 소리 듣지 말라”

워크숍 모두발언에 나선 김 대표는 “‘누구의 사람’이라는 소리를 초선 의원 때부터 듣지 말라”며 “의원 생활 동안 외로울 때도 많이 있지만 외로움과 괴로움을 스스로 극복해야 정치인으로서 미래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시대는 인간관계에 의해 공천되는 시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보다 직설적이었다. 그는 “2년 정도는 특정 세력에 줄서지 말라”며 “초선 의원으로서의 업무를 시작해야 될 때라 이 세력, 저 세력에 기웃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계파 활동 자제를 촉구한 것은 당내 패권주의 청산 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공통된 인식 때문이다.

우 원내대표는 초선 당선자들에 대한 ‘군기 반장’ 역할도 자임했다. 그는 “당 활동, 원내 의원총회에 결석하거나 불성실하게 활동하면 상임위원회 배치에서부터 불이익을 드릴 것”이라고 했다.

비공개 워크숍에서 우 원내대표는 “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5월 말까지 원 구성을 마무리짓겠다”며 “6월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와 세월호 특별법 문제는 반드시 다루겠다”고 했다. 또 “초선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6월부터 민생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현장 방문, 좌담회 등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워크숍에선 ‘당 차원의 선거법 위반 대응’ 방법에 당선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우 원내대표는 “선거법 위반 문제는 원내에서 도울 테니 절대로 혼자 대응하지 말라”며 “17대 국회 때 (선거법 문제를) 알아서 하겠다는 분들은 모두 옷(의원직)을 벗었다”고 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강연에서 “국회에서 조금만 진보적 얘기가 나오면 걸핏하면 종북 좌빨(좌익과 빨갱이를 합성한 비속어)이라고 매도한다”면서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주문했다. 그는 또 “국회의원이 예산을 볼 줄 모르면 견제의 칼을 놓는 것”이라면서 “예산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워크숍에는 초선 당선자 57명 중 46명이 참석했다.

○ 김종인 치켜세우는 우상호

우 원내대표는 8월 말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임기가 끝나는 김 대표의 역할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대 후)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 같이 정권교체를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처럼 개혁적인 중도보수와 (당내) 진보적 컬러가 공존해 수권에 성공하는 것이 중요한 주제”라고 덧붙였다.

우 원내대표가 김 대표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86그룹이 김 대표 중심으로 세력을 키워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시각이 있다. 우 원내대표는 대선 잠룡의 측근들로 원내 지도부를 구성하며 김 대표의 ‘대선 후보 경쟁론’에 보조를 맞추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를 내년 대선까지 ‘살아 숨쉬는 브랜드’로 끌고 가야 한다는 게 원내 지도부의 공감대”라고 전했다.

당초 이날까지 휴가였던 김 대표는 하루 일찍 당무에 복귀해 우 원내대표와 만나 11일 발표 예정인 정책위의장직에 변재일 의원(4선·충북 청주청원)을 지명했고 우 원내대표도 이에 동의했다. 당의 ‘투 톱’이 충청권 비주류인 변 의원을 핵심 당직에 앉혀 ‘문재인 지우기’에 합심하고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또 4선인 변 의원이 3선인 원내 사령탑을 보완하는 데도 적격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적임자를 선정한 것 같다”며 “인사권자의 인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휴가 기간에 (후두염) 수술을 받아 (12일 예정된) 당선자 연찬회에는 부득이 참석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