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유성옥 원장(사진)은 10일 “김정은이 당 대회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흐름과 전혀 동떨어진 ‘세계 비핵화를 선도하는 지도자’라는 현실성 없는 인식을 드러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유 원장은 노태우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까지 국정원에서 대북 문제를 담당하며 대부분의 남북대화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대북 전문가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의 연구원에서 그를 만나 당 대회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김정은이 당 위원장에 오른 이유는 뭔가.
유 원장은 김일성이 당 위원장을 맡은 다음 해에 6·25전쟁이 발발했다는 점에서 같은 직위의 김정은이 연방제 통일을 내세우며 대남 위협에 나선 것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었다.
―김정은이 당 대회에서 언급한 것들이 실제 가능하다고 봤을까.
“핵심 측근들조차 시대착오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공포에 눌려 보고를 못 하니 김정은의 현실과 이상 간 괴리가 더 커지고 있다.”
유 원장은 이 대목에서 “김정은이 애민(愛民) 정치가 아닌 애기(愛己·자기사랑)와 우상화에 도취된 나르시시즘적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직 여동생 김여정뿐이다. 당 대회 이후 김여정의 활동도 공식화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당 대회를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얘기한 정치·군사 강국은 남의 집 일이고 경제는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한다. 당 대회 전 축제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당국이 장마당에 물자를 공급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경제가 악화되면 당 대회의 민낯이 드러나고 주민 불만이 더욱 커질 것이다.”
―엘리트 탈북도 당 대회 개최에 영향을 미쳤을까.
―당 대회 이후 체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나.
“김정은이 주장한 항구적 경제-핵 병진노선은 중국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중국도 ‘북한이 5차 핵실험까지 하면 김정은 체제를 붙들고 끝까지 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뭘 해야 하나.
“한국과 미국이 ‘레짐 체인지, 즉 김정은 정권을 교체해도 사회주의 체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개혁·개방과 비핵화를 지향하는 포스트 김정은 정권과 진정한 의미의 화해 협력을 하고 평화적 통일을 할 것’이라고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실효적인 정책을 펴는 전략 마련에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유 원장은 인터뷰 내내 “김정은의 핵 집착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통일 대박의 좋은 기회다. 김정은의 오판으로 마련된 기회를 절대 놓치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