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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화에 도취된 나르시시즘 정치, 김정은 ‘현실성 결여’ 민낯만 노출”

입력 | 2016-05-11 03:00:00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북한 7차 노동당 대회는 김정은 당 위원장에게 밝은 미래의 축포가 아니라 어두운 역사의 길로 갈 것임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유성옥 원장(사진)은 10일 “김정은이 당 대회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흐름과 전혀 동떨어진 ‘세계 비핵화를 선도하는 지도자’라는 현실성 없는 인식을 드러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유 원장은 노태우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까지 국정원에서 대북 문제를 담당하며 대부분의 남북대화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대북 전문가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의 연구원에서 그를 만나 당 대회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김정은이 당 위원장에 오른 이유는 뭔가.

“위원장이라는 심플한 명칭으로 당정군을 장악한 김정은의 1인 체제임을 강조하려 했다. 당 위원장은 1949년 북조선노동당과 남조선노동당이 합쳐 창당한 노동당에서 김일성이 맡은 직책과 유사하다. 할아버지 김일성을 따라 해 무력 통일이든 남조선 혁명을 통해서든 한반도 전체의 수반이 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유 원장은 김일성이 당 위원장을 맡은 다음 해에 6·25전쟁이 발발했다는 점에서 같은 직위의 김정은이 연방제 통일을 내세우며 대남 위협에 나선 것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었다.

―김정은이 당 대회에서 언급한 것들이 실제 가능하다고 봤을까.

“핵심 측근들조차 시대착오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공포에 눌려 보고를 못 하니 김정은의 현실과 이상 간 괴리가 더 커지고 있다.”

유 원장은 이 대목에서 “김정은이 애민(愛民) 정치가 아닌 애기(愛己·자기사랑)와 우상화에 도취된 나르시시즘적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은 체제의 실세는 누군가.

“오직 여동생 김여정뿐이다. 당 대회 이후 김여정의 활동도 공식화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당 대회를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얘기한 정치·군사 강국은 남의 집 일이고 경제는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한다. 당 대회 전 축제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당국이 장마당에 물자를 공급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경제가 악화되면 당 대회의 민낯이 드러나고 주민 불만이 더욱 커질 것이다.”

―엘리트 탈북도 당 대회 개최에 영향을 미쳤을까.

“과거에는 ‘변두리 인물’들이 탈북했지만 이젠 국가안전보위부와 정찰총국 등 핵심 세력이 이탈한다. 원자로를 둘러싼 노심이 녹아내리는 격이다. 체제 불안을 막기 위해 당 대회를 기획했을 것이다.”

―당 대회 이후 체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나.

“김정은이 주장한 항구적 경제-핵 병진노선은 중국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중국도 ‘북한이 5차 핵실험까지 하면 김정은 체제를 붙들고 끝까지 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뭘 해야 하나.

“한국과 미국이 ‘레짐 체인지, 즉 김정은 정권을 교체해도 사회주의 체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개혁·개방과 비핵화를 지향하는 포스트 김정은 정권과 진정한 의미의 화해 협력을 하고 평화적 통일을 할 것’이라고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실효적인 정책을 펴는 전략 마련에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유 원장은 인터뷰 내내 “김정은의 핵 집착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통일 대박의 좋은 기회다. 김정은의 오판으로 마련된 기회를 절대 놓치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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