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문제가 있는 아이가 우리 아이와 같은 반에 있을 때, 부모들은 그 아이가 우리 아이를 괴롭힐까 봐 너무 불안하다. 혹 괴롭혔다는 소리가 들리면 어떻게든 그 아이를 벌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 아이의 부모는 다른 부모들의 이런 행동을 너무 가혹하게 느낀다.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아이도 아직은 너무 어리기 때문이다. 피해자 부모와 가해자 부모는 늘 이런 입장이다. 양측 부모 입장 모두 이해는 되지만 결국 둘 다 자기 아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자기 아이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부모이기는 하나, 이렇게 접근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문제에서, 부모들이 각각의 입장에서 다음의 한 가지씩은 꼭 지켰으면 좋겠다. 우선, 문제가 있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유치원이든 학교든 다른 부모에게서든 내 아이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말이 빈번히 들려오면 반드시 점검을 받아라. “어린아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그 말은 문제가 1년에 한두 번 발생할 때나 해당된다. 반복적으로 그 행동을 해서 여러 아이가 피해를 본다면 어려서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들려오는 말에 기분 나빠 하지 말고, 아이를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을 찾아 필요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가장 사랑하고,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긴 하나, 문제 행동이 계속 반복된다면 그 문제에 대해서는 모르는 면이 분명 있는 것이다. 그 행동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알아봐야 한다. 그래야 내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그 나머지 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우리 아이 반에 문제가 있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도, 그 아이가 저지른 문제 행동을 알아도, 제발 그 사실을 카카오톡이나 밴드, 문자메시지 등으로 공유하지 말자. 공유하는 것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게 맞더라도, 아직 어리고 커 가는 과정이다. 공유하는 것은 그 아이에 대해서 낙인을 찍는 행위다. 그로 인해 그 아이와 별 문제 없이 놀던 아이의 부모들까지도 ‘어머, 걔가 그런 애야? 놀게 하면 안 되겠네’ 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것은 일종의 따돌림이다. 그 아이의 문제 행동보다 더 큰 잘못이다. 피해를 본 아이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나 그 아이 부모에게 말할 수는 있지만 다른 학부모들과는 공유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를 지도할 때도 내 아이가 그 아이의 문제 행동으로 피해를 봤다면, 아이에게 “그 아이와 놀다 보면 항상 다투게 되니, 조금 떨어져 있는 것이 좋겠어. 당분간은 다른 아이와 좀 놀아라”라고 말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별일 없이 잘 논다면 남에게 들은 이야기 때문에 “너 걔랑 절대 놀지 마”라는 말은 삼가야 한다. 부모의 이런 말과 행동은 아이의 정서발달에 굉장히 좋지 않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