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을 옮겨 다니며 1400억 원 규모의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조직폭력배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금까지 검거된 불법 도박 중 가장 큰 규모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서울 시내에서 5년여 간 불법 도박의 일종인 ‘바카라’ 도박장을 운영해 300억 원대의 불법 수익을 올린 ‘상봉동파’ 조직폭력배 유모 씨(39) 등 7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운영진 69명과 도박에 참여한 11명 등 80명도 불구속입건했다.
도박장 총책 역할을 한 윤 씨는 과거 도박장에서 진상을 부리는 다른 계파의 건달들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다가 2011년부터 직접 도박장을 운영에 뛰어들었다. 다른 도박 운영자들과 달리 윤 씨는 자신이 직접 도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업계에서 신뢰도를 얻을 수 있었다.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2~3개월씩 단기로 빌려가며 도박장을 개설했다. 옮겨 다닌 곳만 32곳에 이른다. 고객들을 도박장으로 데려오는 모집책들은 자기 소유의 차가 아닌 렌터카만 이용했다.
윤 씨는 자신이 거느린 도박장 7곳을 기업형으로 체계적으로 운영했다. ‘하우스(도박장)’별로 실제 하우스장, 바지사장, 손님 모집책, 보안팀 등을 두고 각자의 역할을 나눴다. ‘환전 사고 시 영원히 문 닫기’ 등 운영지침도 마련해 전파했다. 지난해 6월에는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 조직원 147명 이상이 참석한 체육대회까지 열었다.
조직원들은 대부분 호기심으로 시작한 도박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하우스장 김모 씨(46)는 2013년까지 연매출이 20억 원에 이르는 퀵서비스 회사를 운영했지만 도박에 빠져 회사를 헐값에 처분한 뒤 조직에 들어왔다. 아예 강원랜드에서 돈을 모두 잃은 도박중독자들로 구성돼 ‘랜드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하우스도 있었다. 도박으로 번 돈을 다시 도박으로 탕진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도박장의 주 고객들도 대부분 평범한 직업의 도박중독자들이었다. 이번에 검거된 11명 중 9명은 50~60대 가정주부였다. 이들은 24시간 운영되는 도박장에서 며칠씩 머물기 위해 경북 포항 등 지방에서 여벌 속옷 등을 챙겨오기도 했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