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협약 신청 4개월만에 MOU체결
‘한국 첫 조선소’인 한진중공업이 11일 경영정상화 절차에 착수했다. 1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자율협약개시를 의결한 지 4개월 만에 채권단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에 따라 채권단은 2월 1300억 원을 지원한 데 이어, 이번에 12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 또 협약 만료 기간인 2018년 말까지 출자전환을 통해 1000억 원대의 이자 감면 및 원금상환 유예 등을 지원한다.
한진중공업이 2009년 부산 영도조선소의 좁은 부지(26.4m²)와 높은 인건비를 극복하기 위해 필리핀에 건립한 304만 m² 규모 수비크 조선소에 대해서도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해주기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이 제시한 자구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노동조합도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점이 추가 자금 지원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1937년 문을 연 국내 첫 조선소다. 1989년 한진그룹이 인수했고, 2005년 계열분리해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차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그룹 회장이 경영해왔다.
2011년 정리해고에 대한 반발로 ‘희망버스’ 사태를 겪었다. 2012년부터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하고 있지만, 최근 조선 시장 침체로 2013년 적자 전환했다. 한진중공업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은 2조1800억 원이며 부채비율은 237%다. 지난해 79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진중공업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영도조선소는 군함과 쇄빙선 같은 특수선, 수비크 조선소는 상선에 집중하는 ‘투 트랙’ 전략을 가져가기로 했다. 현재 영도조선소 수주잔량은 23척이다. 수비크 조선소는 28척으로, 이 중 3척이 2만6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수비크 조선소는 2014년 수주잔량으로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김철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