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준 5단 ● 송규상 5단 준결승 2국 9보(110∼120)
흑 ○에 백 10으로 물러선 것은 정수. 바로 틀어막으면 전보 참고도에서 본 대로 귀로 침입하는 수가 있다.
이때 흑 11이 맥점이긴 한데 수순이 잘못됐다. 먼저 참고도 흑 1로 단수 치고 3(실전 흑 11)으로 뒀으면 흑 5가 성립한다. 수순의 중요성은 익히 아는 바이지만 고수일수록 미리 단수하지 않고 맛을 남겨놓은 뒤 결정적 순간에 단수하려다가 실기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반면 ‘맛’ 대신 ‘확실함’에 의존하는 알파고는 프로들이 보통 하지 않는 단수를 여러 차례 선보여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먼저 단수하지 않고 실전 흑 11로 두자, 백이 12로 반발한다. 흑 13의 단수 때 백이 단수를 외면하고 14로 좌하 흑을 모조리 잡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흑 17까지의 바꿔치기는 누가 이득일까. 중앙에서 흑이 백 11점을 잡은 실리는 30집에 육박하지만 좌하 흑 5점을 잡은 것은 안팎의 맛까지 따지면 30집이 넘는다. 좌하에 흑이 준동하는 뒷맛이 남아 있긴 하지만 백은 바꿔치기를 통해 일단 실리를 거의 따라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