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종종 아내에게 월급을 제대로 갖다 주지 못한 선생님이 있었다. 월급을 타면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가난한 학생들을 도와주었던 것이다. 선생님의 가족은 영문도 모른 채 늘 쪼들렸다. 아들이 그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는 아버지가 정년퇴직하고서도 한참 지난 어느 해 스승의 날이었다.
연로한 아버지가 술에 취해 제자의 등에 업혀 집에 오시는 바람에 그는 중년이 된 아버지의 제자들과 만나게 되었다. 제자들은 “선생님께서 날마다 반주로 소주 한 병을 거뜬하게 드신다고 하시기에…”라고 말하며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날 만난 분들로부터 내 수업료는 늦게 주던 아버지가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먼저 도와주셨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어요.”
그는 어렸을 적엔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자 하셨던 아버지의 참뜻을 이해하며 교육자로서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저는 아버지처럼 하진 못해요.”
그러나 대학교수인 그 역시 열심히 연구용역을 맡아와 대학원생들의 등록금 마련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 모양이다. 어버이날을 보내고 스승의 날을 맞이하며 세상의 아버지들이야말로 자녀들에겐 가장 큰 스승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