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7일 히로시마 방문] “역사적 화해” 떠들썩한 日 산케이 “비핵화 향한 동맹의 헌신”… 일각 “아베정부 우경화 가속” 우려 美 “원폭 사과 아니다” 못박아 백악관 “사죄로 해석은 잘못” 강조… 언론 “방문자체가 사과로 비칠수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맞서 싸운 미국과 일본의 역사적 화해 외교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피폭지인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하겠다고 발표하자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하와이 진주만 방문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양국 정상이 상대국의 피해 지역을 방문해 오랜 앙금을 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범국가로 ‘가해자’인 일본과 이로 인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핵무기를 사용한 미국이 똑같이 화해 제스처를 주고받는 모양새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민주당 일각에서는 역풍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제강점기의 고통을 겪은 한국과 중국의 심경도 무척 복잡해 보인다.
○ 환영하는 일본 “미일 동맹 강화의 초석”
아베 日총리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11월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진주만 방문을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에 대해 “정부로선 검토하고 있는 사실이 없다”며 일단 부인했지만 “미래의 일은 알 수 없지만”이란 단서를 달아 여지를 남겼다.
이 계획이 성사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이 된다. 미일 정상이 태평양전쟁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장소를 교차 방문함으로써 적대관계에서 벗어나 강력한 동맹을 구축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이번 방문으로 아베 정권은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집권 여당 내에서는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베 정권의 우경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계기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본은 주변국의 반발을 잔뜩 의식하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에서 핵무기 철폐를 위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중국과 한국을 배려해 ‘아시아의 안정’도 호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원폭피해자 면담여부 촉각
오바마 美대통령
하지만 USA투데이는 “일본인 다수는 오바마 대통령의 사과를 기대하진 않는다는 여론조사가 있지만 동시에 많은 일본인이 방문 자체를 사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일본이 다른 나라 정계 요인들의 히로시마 방문을 주선하는 것을 희망한다”며 “그 목적은 일본이 결코 군국주의의 길을 다시 걸어서는 안 된다는 점과 그것(일본 군국주의)이 아시아 인민과 세계에 엄청난 재난을 초래했다는 점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