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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기술직에 대한 차별 없어 현지 직업훈련과정 거치면 유리”

입력 | 2016-05-12 03:00:00

[청년이 희망이다]능력으로 인정받는 한국 젊은이들




직업 훈련 나서고… 지난달 21일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NSI(Northern Sydney Institute)에서 관광경영학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현재 20명의 한국 학생이 K-MOVE 사업을 통해 이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시드니=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지난달 중순 호주 시드니의 부촌인 에지클리프에 위치한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미슐랭 가이드와 함께 프랑스의 대표적 식당 안내서인 ‘고미오’가 모자 3개(5개 만점)를 줘 유명한 곳이다. 여기의 총주방장이 한국인 류진하 씨(30·사진)다.

류 씨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딴 뒤 양식 요리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10년 전 혼자 호주에 왔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시드니 외곽의 식당에서 주방 보조로 일했다. 류 씨는 “호주 직업학교에서 조리법이나 요리에 대한 마음가짐 등을 배운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레스토랑을 옮겨가며 경력을 쌓은 류 씨는 영국의 유명 요리사인 제이미 올리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동양인 최초로 지역총괄 주방장에 오르는 성공신화를 썼다. 류 씨는 “주방에서 일하는 건 한국이나 호주나 힘들긴 마찬가지지만 호주에서는 기술직에 대한 차별이 없고 합당한 보상을 해준다”고 말했다.

류 씨처럼 성공을 꿈꾸며 일자리를 좇아 호주를 찾는 한국 청년이 점점 늘고 있다. 2010년 한때 호주에서 취업 연계 연수를 받는 한국 학생이 1700명을 넘기도 했다. 다만 당시 청소나 농장일 등 단순 노무직만 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K-MOVE 사업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호주 내 공신력을 갖춘 직업훈련기관을 선정해 연수를 진행하면서 이런 문제는 크게 줄었다. 지난해에만 K-MOVE 사업을 통해 모두 363명이 교육을 받았다.

호주에서 진행 중인 K-MOVE는 여러 가지 형태로 추진되지만 호주 정부가 운영하는 직업훈련학교(TAFE)를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가장 인기가 높다. 이는 1년 코스인 관광경영학(Hospitality)과 노인복지, 유아교육 관련 TAFE를 17주 과정으로 압축해서 수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이종열 해외취업연수팀 과장은 “호주 현지인들도 TAFE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TAFE를 수료할 경우 관련 분야에서 일할 기회를 얻기 쉽다”고 말했다.

이경은 씨(26·여)도 TAFE를 통해 호주에서 유치원 교사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교원대를 나온 이 씨는 대학 졸업 후 한국에서도 유치원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신체 활동보다는 지식 교육을 더 중시하는 한국의 유치원 운영 시스템이 맞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호주행을 선택했다.

이 씨는 현재 TAFE 과정을 수강하며 현지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처음에는 외국인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유치원에서 이 씨를 데려가려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씨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집에서 직접 교구재를 만들어 가서 아이들과 놀아줬다”면서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호주에서도 ‘능력’보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성공 비결을 귀띔했다.

시드니=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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