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보험설계사를 병원상담사로 고용해 미백·주름개선 등 미용시술을 받게 한 뒤 보험적용이 되는 치료를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조작해 보험금 수억 원을 불법으로 타낸 의사와 가짜환자 100여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허위 진료기록부를 보험사에 내고 보험금 4억3000만원을 타낸 혐의로 보험브로커 채모 씨(46·여)를 구속하고 병원장 김모 씨(50) 등 의사 4명과 환자 113명, 브로커 1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범행을 주도한 것은 보험설계사 17년 경력의 브로커 채 씨다. 그는 김 씨가 운영하는 개인병원에 자신을 “병원 수입 올리는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한 달만 같이 일 해보면 안다”는 말로 접근했다. 김 씨의 병원에 상담이사로 고용된 채 씨는 병원에서 지원받은 상담사무실에 카드 단말기까지 갖춰놓고 본격적인 범행을 시작했다.
손님들이 받은 미용·성기능강화 시술은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채 씨와 김 씨 등 의사들은 보험사에 제출하는 진료기록부를 마사지요법의 일종인 도수치료, 표층열치료(찜질 치료) 등 보험적용이 되는 정형외과 진료를 받은 것처럼 조작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이 2011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빼돌린 보험금은 4억3000만원. 채 씨는 진료비 결제액의 30%에 해당하는 1억1000만원을 병원으로부터 되돌려 받았다. 김 씨는 채 씨가 퇴사한 뒤에도 자신의 처형에게 범죄수법을 전수한 뒤 상담실장으로 고용해 범죄를 이어갔다.
김 씨는 이외에도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네트워크 병원’ 6곳을 운영하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8억2000여 만 원 상당의 요양급여비를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명의 의료인이 여러 개의 병원을 개설·운영하는 것을 이르는 ‘네트워크 병원’은 2012년부터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보험사기로 입건된 의사 외에 4명을 의료법 위반행위로 불구속 입건했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