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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 ‘금융 한류’ 꽃이 피었습니다

입력 | 2016-05-13 03:00:00

신한銀, 베트남서 외국계 최다지점… 5년새 카드회원수 30배나 늘려
보험사들 설계사 체계적 교육 명성… 현지기업과 M&A 통해 영업확대도




4월 19일 베트남 하노이 중심가에 있는 신한베트남은행 하노이지점에서 직원(오른쪽)이 고객에게 안내 책자를 보여주며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하노이=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지난달 19일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인 롯데센터하노이 9층에 자리한 신한베트남은행 하노이지점. 20, 30대의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마이카대출’ 영업팀이 고객 명단이 적힌 서류 뭉치를 쌓아놓고 회의에 열중하고 있었다. 강형훈 신한베트남은행 영업총괄부장은 “베트남에도 오토바이가 아닌 자가용을 사는 시대가 오고 있다”면서 “자동차대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영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이 동양생명과 한국알리안츠생명을 연이어 인수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중국 자본의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국내 금융사들은 포화상태인 한국을 떠나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일찌감치 현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 현지인 상대로 한 본격적인 금융서비스

신한은행은 1995년 국내 은행 가운데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2009년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을 설립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지점을 늘렸다. 신한은행은 올해도 베트남 금융당국에서 4개 지점의 설립을 인가받아 HSBC(15개)를 제치고 지점 수가 가장 많은 외국계 은행이 됐다.

외형뿐 아니라 내실도 성장했다. 법인 설립 초기에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법인과 주재원을 상대로 영업했지만 2013년부터는 베트남 현지인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2011년 5000명 수준이던 카드회원 수가 올해 3월 말 14만6000명으로까지 늘었다. 김재준 신한베트남은행 북부지역 본부장은 “신한카드에 가입하면 현지 CGV 영화티켓을 받을 수 있고, 한국 비자를 발급받을 때 재정 관련 서류를 내지 않아도 돼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등 한국의 정보기술(IT)도 현지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모바일전문은행 ‘써니뱅크’ 가입자는 현재 2만 명에 육박한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날 하노이 지점을 방문한 리에우 티투흐엉 씨(26)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송금할 때 걸리는 시간이 타행에 비해 짧고, 인터넷이나 모바일 시스템도 편리하다”고 말했다.

○ 베트남의 보험설계사 사관학교

동남아에 진출한 보험회사들은 은행에 비해 순이익은 적지만 영업기반은 착실히 다지고 있다. 한화생명은 2009년 국내 보험사 중에는 최초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다. 설립 첫해 18억 원이던 수입보험료 실적이 지난해 372억 원으로까지 증가하면서 올해에는 처음으로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보험설계사(FC)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는 한화생명은 현지에서 ‘FC 사관학교’로도 불린다. 보험설계사 수도 설립초기 405명에서 지난해 말 1만2459명으로까지 늘었다. 박성모 한화생명 베트남법인 기획팀장은 “현지 교육과 한국 연수 등을 꾸준히 진행한 덕분에 경쟁사들이 너도나도 우리 FC들을 데려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동남아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현지 은행이나 보험사를 인수합병(M&A)하는 금융사들도 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소다라은행을 인수해 지난해 초 우리소다라은행을 출범했다. 동부화재도 지난해 베트남 손보업계 시장점유율 5위인 PTI를 인수한 뒤 올해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백종국 한화생명 베트남법인장은 “베트남은 1년에 중산층 수가 200만∼300만 명씩 늘어날 정도로 급성장하는 나라”라며 “1980년대에 외국계 금융사들이 한국에 대거 진출했던 것처럼 우리 금융사들도 동남아 시장을 적극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호찌민=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