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아베 美의회 연설 이어 2년째 대미외교 ‘잔인한 봄’
이승헌·워싱턴 특파원
지난해 4월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 그때도 우리 정부는 아베가 미 의회에 서는 것을 극구 반대했지만 아베는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미 의회 연단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하순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후 27일 히로시마를 찾는다. 한국 외교가 두 해 연속 일본에 KO패를 당한 것이다. 한 워싱턴 소식통은 “우리 정부도 할 만큼 했지만 미국 입장이 워낙 확고했다”고 털어놨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비핵화와 핵 없는 세상’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에 방점을 찍는 것이 방문 목적”이라고 말했다.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도 없을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에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찾는 것은 일본이 최근 수년간 전방위적으로 친미 외교를 펼친 결과다. 미 정부의 한 당국자는 “아베 정권은 2014년 에볼라 사태부터 ‘이슬람국가(IS)’ 격퇴전까지 미국 주도의 글로벌 이슈에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반대에도 한국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했지만 일본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은 워싱턴 한복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띄우는 여론 조성에 나선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7일 커트 통 미 국무부 경제담당 수석부차관보, 야마노우치 간지 주미 일본대사관 경제공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G7 회의와 히로시마 방문을 논의한다.
‘찰떡 공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한미동맹은 예전 같지 못하다는 것을 워싱턴에서 피부로 느낀다. 항상 ‘미국은 한국 편’이라는 등식은 이제 성립하지 않는 듯하다. “분담금을 더 안 내면 주한미군 철수하겠다”고 윽박지르는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됐다. 워싱턴에선 한때 박근혜 정부가 중국에 경사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오바마의 히로시마행이 결정된 것이라면 과도한 해석일까.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