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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메르스 환자?”… 아직도 병원은 전쟁중

입력 | 2016-05-13 03:00:00

[메르스 1년/우리는 달라졌다]중동 다녀와 감기증세 보이면 비상… 올해 의심신고 394건 격리 3182명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 아프리카 가나에 다녀온 남성 A 씨(33)가 고열 때문에 찾아왔다. 의료진은 그를 말라리아 의심 환자로 분류했다. 말라리아는 호흡기 감염이 없고 모기를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일반병실로 옮겼다. 의료진도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고 환자를 돌봤다.

하지만 의료진이 상세히 문진하는 과정에서 A 씨가 메르스 발생 지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에 1박 2일 체류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응급센터는 황급히 환자를 음압병실에 격리시키고 환자와 접촉했던 의료진 7명, 접수 대기실에 함께 머물렀던 다른 환자 보호자들의 명단을 확보했다. 메르스가 의심됐기 때문. A 씨는 격리된 상태에서 다행히 메르스 의심환자가 아닌 것으로 판정돼 격리 조치는 해제됐다. 병원 관계자들은 혹시나 실수에 따른 ‘대형 사태’가 발생할까 봐 긴장 상태에 빠졌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달 서울의 한 2차병원에서는 바레인과 UAE를 방문한 남성 B 씨(46) 때문에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병원 측은 잔기침, 미열(37.5도) 증상을 보인 B 씨를 보건 당국에 곧바로 신고했고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의 역학조사관이 즉시 출동했다. 흰색 보호구를 착용한 역학조사관은 환자의 증상이 경증이었지만, 메르스 대응 지침에 따라 이 남성을 인근 3차병원 음압병상으로 격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B 씨는 “잔기침 몇 번 한 거 가지고 왜 그러느냐. 메르스가 아니다”라며 버텼다. 메르스 감염 여부를 확진하기 위해서는 48시간 동안 격리돼 2차례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랑이는 역학조사관이 “거부하면 경찰을 불러 강제 구인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 끝났고, 유전자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공식으로 ‘메르스 상황 종료’를 선언했지만 일선 병원은 아직 준전시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보건 당국에 접수된 메르스 의심 신고는 394건에 이른다. 이 중 환자의 증상이 메르스를 의심하기에 충분해 의심환자로 분류되고, 유전자 검사가 진행된 사례만 93건이다. 이틀에 1.4건의 메르스 검사가 진행되는 셈이다. 의심환자와 접촉해 격리 대상자가 됐다 해제된 사람은 3182명이나 된다. 12일 현재도 21명이 격리 중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메르스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음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병원 관계자와 역학조사관 등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라며 “경찰, 소방관과 같이 항상 출동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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