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연 오피니언팀 기자
어릴 적 자주 던졌던 단골 멘트입니다. 지금 들으면 참 썰렁하기만 한 유머들에 그땐 얼마나 배를 잡고 웃어 댔는지…. 그러고 보니 최불암 시리즈, 만득이 시리즈, 사오정 시리즈 등 유행했던 이야기도 참 많네요.
이제 ‘○○○ 시리즈’ 인기는 한물간 지 오래. 요즘 재밌는 이야기보따리는 단연 ‘컬투쇼 사연’이죠. ‘두 시 탈출 컬투쇼’는 정찬우, 김태균 두 개그맨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입니다. 국내 라디오 청취율 1위를 달리고 있죠.
사연은 온라인에서 여러 버전으로 반복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라디오 음성 파일을 그대로 올리기도 하고,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손수제작물(UCC)도 올립니다. ‘(어느 면접장에서) 방에서 나올 때 불 끄는 게 습관인 사람이 면접 보고 나오면서 불 껐다고 ㅋㅋㅋ’, ‘어떤 여자 분이 소개팅 나갔는데 너무 긴장해서 냉면을 호호 불어 먹음!’ 등 한두 문장으로 요약해 놓기도 하죠. ‘끝말잇기의 달인 할머니’, ‘男男 소개팅’, ‘고모와 감자탕집 할아버지’ 등 제목만으로 흥미를 끌기도 합니다.
유머의 힘은 실로 막강합니다. 몇 년 전 사연이라도 재미만 있다면 절대 묻히지 않는답니다. 누리꾼들은 ‘들은 거 또 들어도 웃긴다’, ‘버스 사연은 전에 한 번 들은 거지만 다시 들어도 빵 터진다’ 하고 즐거워합니다. 재미는 나눌수록 배가됩니다. ‘저는 지치고 힘들 때면 컬투쇼 사연 틀어 놓고 웃어요. 같이 웃어요’, ‘우울할 때 기분 전환으로 최고죠. 함께 들어요’ 하며 사연을 공유합니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일까요. ‘이건 남자고등학교 나온 사람이라면 공감 가는 사연입니다’, ‘저도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더욱 웃기네요’ 같은 반응이 여럿인 걸 보면 말이죠. 물론 어떤 사연은 있을 법하면서도 마치 지어낸 것처럼 당혹스럽기도 합니다만….
참고로 컬투쇼를 접하곤 ‘재밌는 이야기’랍시고 주변에 들려줬다가 비웃음을 살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려야겠네요. 컬투쇼의 진짜 인기 비결은 바로 사연을 맛깔스럽게 살려 읽어 주는 두 DJ에게 있거든요. ‘찬우 형님의 버럭과 태균 형님의 여자 목소리 흉내 때문에 더 웃기다’는 내용의 댓글들, 눈여겨보시길 바랍니다.
최지연 오피니언팀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