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립 마을의 몹시 집요한 개퍼들/조지 손더스 글/레인 스미스 그림·천미나 옮김/84쪽·1만800원·담푸스
개퍼의 모양을 쉽게 설명하면 눈 많이 달린 살아 있는 밤송이 같습니다. 이 녀석들의 특징은 염소를 너무 좋아해서 염소 몸에 붙어 끊임없이 기쁨의 환호를 지른다는 겁니다. 당하는 염소는 시끄러워서 잘 수도 없고 따가워서 앉을 수도 없으니, 살도 빠지고 젖도 말라요.
이 마을 아이들의 주된 임무가 염소에게서 개퍼를 떼 내는 것입니다. 솔로 염소 몸을 빗기면 개퍼가 떨어져요. 이걸 자루에 담아 가까운 바다에 털어 버립니다. 이걸로 끝이면 좋겠는데 개퍼는 꼬물꼬물 헤엄치고 걸어서 다시 프립 마을로 돌아옵니다. 그렇게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시간! 아이들은 하루 8번 그 일을 반복해야 해요.
이제 프립 마을은 두 편으로 나뉩니다. 개퍼가 가는 집과 개퍼가 가지 않는 집. 개퍼가 가는 집의 아이 케이퍼블은 미칠 지경이 됩니다.
개퍼라는 문제가 공동의 문제에서 개인의 것이 되는 순간, 사람들은 내 일이 아니라며 외면해 버립니다. 개퍼가 나에게만 오지 않으면 된다는 행동이 우스꽝스럽고 슬픕니다.
좀스러운 어른들의 행동에 케이퍼블은 염소를 팔아버리는 것으로 대답합니다. 관습에 대한 저항, 공동체로서의 삶, 단편적인 사고가 가진 한계 등을 생각하게 하는 유쾌한 동화입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