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3당 원내지도부 ‘88분 회동’] ‘여야정 민생회의’ 앞길 만만찮아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지도부 간 13일 청와대 회동에서 눈에 띄는 성과는 ‘3당 대표 회동 정례화’와 경제부총리 및 3당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민생경제 현안 점검회의 개최’다.
○ 3당 대표 회동 정례화에 적극성 보인 박 대통령
이날 회동에서도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3당 대표 회동 정례화를 요청하자 박 대통령은 “분기에 한 번씩 정례 회동을 하면 되겠느냐”고 역제안을 했다. 이에 야당 원내대표들이 수용하자 박 대통령은 “필요하면 더 자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 대표들에게 수시로 국정에 대한 협조를 구하겠다고 몸을 낮춘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만났을 당시 새정치연합 측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청와대는 “정례화가 아니라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정정을 요청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4·13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후 박 대통령의 ‘정국 인식’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생경제 현안 점검회의’는 사실상의 ‘여야정 정책협의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회의의 내실화다. 야당의 요구를 정부가 일정 부분 수용하지 않으면 야당이 ‘회의 보이콧’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공동 책임’을 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칫 여야정 협의체가 국정 대치의 ‘뇌관’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 곳곳에서 시각차
정부 여당이 추진해 온 ‘노동개혁 4법’ 개정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모두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처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파견법이 통과되면 일자리가 9만 개 생긴다”고 했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민간으로도 전파된다. 공정한 평가기준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은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노사합의로 추진돼야 한다”며 “성과연봉제를 강요하는 과정에서 불법적 행태와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다”고 정부의 강행 처리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노사합의까지 기다리기에는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시급하다”며 “서비스업 발전 없는 일자리 창출은 없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 문제를) 국회에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두 번에 걸쳐서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기간을 연장하면 국민 세금도 많이 들어가고 여론도 찬반이 있다. 국회에서 협의를 해서 고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월호법은 국회에서 처리할 문제라는 인식을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진전된 태도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두 야당 원내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 건강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서 철저히 조사하고 진상 규명을 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여야정 협의체를 꾸려서 규명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우 원내대표는 “즉각 답변을 하지는 않았지만 여야정 협의체가 적절한지 의문은 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진상 규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시했다”고 했다.
이처럼 최대 경제 현안인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노동개혁, 구조조정 등에서 박 대통령과 야당 간의 인식 차가 확연히 드러남에 따라 민생경제 현안 점검회의에서 합의 사항을 끌어내는 데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현안 점검회의에선 발등의 불인 조선 해운 등 부실 업종 구조조정과 관련해 국책은행 자본 확충 방안 및 실업대책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개혁 4법 처리, 청년일자리 대책, 신산업 육성 등도 주요 안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여야와 구체적 일정을 협의해 조속한 시일 내에 첫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민동용 / 세종=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