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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심-통제력 배울 기회… 하루 한시간은 뛰놀게 해야

입력 | 2016-05-16 03:00:00

[2020♡행복원정대/초등 고학년의 행복 찾는 길]‘놀이’는 성장의 필수요소… 전문가들 “놀 권리 보장, 정부의 책무”




초등학교 교사 20년 차인 이지향 씨는 아이들이 놀 시간과 여유가 없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부모들이 모른다고 우려했다. 열 살 전후의 어린이들은 여럿이 부대끼는 놀이를 통해 신체 발달뿐만 아니라 인지력 창의력 협동심 같은 정서 발달이 이뤄진다. 이 교사는 “어른들이 보기에는 아무 생각 없이 까부는 듯한 행동들도 아이들에게는 심신의 조화와 사회성을 기르는 발달 과정”이라며 “아이들은 단체놀이를 통해 자신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키우기 때문에 최소한 하루 한 시간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잘 놀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터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온통 건물과 도로로 둘러싸여 뛰어놀 장소가 없다 보니 대안은 ‘돈 내고 가는 곳’뿐이다. 부모 세대에게는 그저 ‘집 앞의 일상’이었던 놀이를 위해 요즘 아이들은 키즈카페나 스포츠센터, 블록방 같은 곳을 찾아다녀야 한다. 자연히 놀이조차 경제적 격차의 영향을 받고, 늘 어울리는 소수의 아이들만 끼리끼리 놀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의무라고 지적했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놀이를 공공정책으로 채택한 영국 정부를 비롯해 선진국들은 기본적으로 놀이터 제공을 국가적 책무로 인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호주의 경우 인터넷에서 ‘놀이터’를 검색하면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갈 수 있는 놀이공간이 지도로 쫙 펼쳐져 나온다. 자연친화적으로 조성된 놀이터마다 적합한 연령대, 시설과 장비, 이용자들의 별점 평가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용자들이 인터넷에 이런저런 제안을 올리면 정부가 이를 반영하면서 쌍방향 놀이 터전을 구축한다.

김 교수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아이들을 너무 놀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면서 “최근 공동육아모임이나 시민단체 등이 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이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놀이의 터전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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