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노동당 대회 폐막 후 첫 현지 지도에서 김정은이 양복을 입었다. 인민복이 아니라 양복을 입고 시찰한 건 처음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 시대의 향수를 떠올려 권위를 강화하려는 ‘패션 정치’인 셈이다. 아쿠아스큐텀 같은 영국 명품을 즐겨 입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옷을 잘 입는 것은 국가가 나에게 부여한 아주 중요한 임무”라며 옷차림이 백 마디 말보다 더 나은 ‘정치 소통’임을 강조했다.
▷영국의 한 컨설팅 기업은 안내담당으로 채용한 27세 여성이 하이힐 대신 단화를 고집하자 출근 첫날 바로 해고했다. 신발도 마음대로 신지 못하게 하나… 항변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는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긴팔 와이셔츠에 넥타이가 필수다. 때와 장소와 경우에 맞는 옷이 따로 있고, 규율이 엄격한 직장에 다니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정장 차림으로 권위의 차별화를 꾀한다. 옷을 못 입는 쪽보다 잘 입는 사람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경향을 보이는 건 동서양이 마찬가지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