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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가 너무 길다고?…佛 전현직 여성장관 성폭력 규탄 성명

입력 | 2016-05-16 16:40:00


프랑스의 전현직 여성 장관들이 프랑스 정치권에 만연한 성폭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재무부 장관 출신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플뢰르 펠르랭 전 문화부 장관 등 전현직 여성 장관 17명은 15일 시사주간 르 주르날 뒤 디망슈에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며 정치권의 모든 성차별적인 언행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간지에 자신들이 겪었던 성폭력 경험을 털어놓았다. 89세의 모니크 펠르티에 전 법무장관은 37년 전 상원의원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지금까지 이에 대해 입 다물고 있었던 자신이 부끄럽다고 밝혔다. 전현직 여성장관들은 정치권에 있으면서 “저 여자는 큰 가슴을 제외한 다른 부위는 어떻게 생겼을까?” “입고 있는 치마가 너무 긴데 잘라야 하는 것 아니야?” 등의 성희롱 발언을 숱하게 들었다고 증언했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펠르랭 전 장관은 지난 2014년 장관으로 지명된 후 기자회견에서 한 남성 기자로부터 “예뻐서 장관이 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성명은 정부 및 정치권 고위 인사들의 성 추문이 잇달아 터지면서 나왔다. 드니 보팽 전 하원 부의장은 유럽생태녹색당 소속 여성 정치인 4명에게 음담패설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신체를 더듬는 등 강제 추행을 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이 문제로 9일 사임했으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미셸 사팽 재무장관은 지난 해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여기자의 속옷 끈을 만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자의 속옷이 우연히 드러난 것을 보고 “이게 뭐냐”면서 끈을 잡아당겼다는 것이다. 사팽 장관은 당시 여기자의 등에 손을 올려놓았을 뿐이라고 반박하면서도 기자에게는 사과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여기자 40명은 일간 리베라시옹 1면에 ‘내 몸에 손 대지마’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프랑스 남성 정치인들의 반복되는 성차별적 언행을 폭로한 바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여기자들에게는 ‘한 잔 하며 회의하자’거나 ‘토요일 밤 저녁 같이 먹자’며 그 대가로 정보를 주겠다는 제안이 쏟아진다”고 폭로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