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의 新미래 ‘모빌리티 혁명’]<4>中-美 물류혁신 현장 르포
중국 저장 성 항저우의 ‘쑤닝’ 매장 1층에 마련된 ‘O2O 체험관’에서 한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촬영해 한국산 마스크팩을 주문하고 있다. 항저우=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물류와 서비스의 융합이 ‘배송시간 제로’ 시대를 만들고 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상품을 신속하게 배달하거나 상품 대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원하는 기능을 즉석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글로벌 전자상거래 회사들에 이어 유통회사와 택배회사들도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물류 혁신을 선보이면서 세계의 상권을 하나로 묶고 있다.
○ 중국 전역이 ‘1일 상권’으로
차이냐오는 현재 중국 12개 도시에서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당일배송 지역을 2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 국토 면적의 약 96배인 중국 전역에서 ‘24시간 이내 배송’, 해외 주문은 ‘72시간 이내 배송’을 하는 게 차이냐오의 목표다.
미국에서는 또 다른 ‘e커머스(전자상거래) 공룡’인 아마존이 물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물류로봇 개발회사인 ‘키바 시스템스(Kiva Systems)’를 7억7500만 달러에 인수하는 등 물류 인프라 부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 5만여 대의 물류 로봇을 상품 선적 업무 등에 투입했다. 드론을 이용해 30분 이내에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7월 세계 최대의 유통체인 월마트를 시가총액에서 추월하며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미국에서 가장 큰 유통기업이 됐다.
○ 사라지는 온·오프라인 쇼핑 경계
오프라인 유통회사들도 온라인 플랫폼을 강화하며 ‘e커머스 벤치마킹’에 나섰다. 중국 최대의 가전 유통체인인 ‘쑤닝(蘇寧)’은 지난해 알리바바와 전략적 제휴를 했다. 알리바바의 인터넷 쇼핑 플랫폼을 공유하고 대규모 할인 이벤트를 함께 열기 위해서다.
쑤닝은 특히 ‘O2O(온·오프라인 연계)’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쑤닝의 각 지점 1층에는 ‘O2O 체험관’으로 불리는 전자상거래 전용 매장이 있다. 이곳에서 소비자들은 평소에 흔히 볼 수 없던 수입 화장품, 식료품 등을 직접 써보고 스마트폰으로 주문한다. 제품마다 붙어 있는 QR코드(스마트폰 전용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자동으로 주문과 결제가 이뤄진다. 절차가 간편해 전자상거래에 서툰 중·장년층까지 고객으로 끌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성환 KOTRA 항저우무역관장은 “2000년대 말부터 온라인 진출을 강화한 쑤닝은 현재 중국의 3대 전자상거래 회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와 물류기술의 융합이 지역 간 격차를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해외 직구처럼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물류산업이 칸막이 진입 규제에 안주하다가는 안방시장마저 해외 업체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태형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글로벌 물류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전자상거래 회사, 오프라인 매장, 물류센터가 실시간으로 주문 및 재고 정보를 공유하는 선진적인 물류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천호성 thousand@donga.com /애틀랜타=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