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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최성준]‘사이버 방관자’아닌 ‘사이버 지킴이’가 돼야

입력 | 2016-05-17 03:00:00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제노비스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키티 제노비스 피살 사건에서 유래된 이 말은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걸 주저하게 된다는 ‘방관자 효과’ 또는 ‘구경꾼 효과’를 뜻한다.

이런 제노비스 신드롬은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으나 요즘에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곤란이나 위기에 처한 타인을 도와주기는커녕 동영상으로 촬영해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뜨리는 사례도 있다. 일종의 변형된 사이버 폭력이다.

오프라인 제노비스 신드롬에 비해 사이버 폭력은 전파력이나 영향력이 커 더욱 심각하다. 단순히 자신의 욕구와 즐거움을 위해 자극적인 영상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키거나, 타인에 대한 신상털기 같은 사이버 폭력을 죄의식 없이 사이버 게임을 즐기듯 하는 사람이 문제다. 하지만 이런 것에 무감각해지는 우리 스스로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사이버 폭력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아주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사전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일어날 수 있어서 그 위험성이 더욱 크고,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피해로 직결된다.

그동안 정부나 인터넷 업계 등에서 나름대로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거나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로 사이버 폭력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도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꼼꼼히 챙겨 나가고, 업계도 외형의 성장에 걸맞게 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용자들 역시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행동을 성찰해 보는 노력을 기울일 때다.

인터넷은 우리 일상생활의 구석구석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니, 우리의 미래가 인터넷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인터넷이 희망과 신뢰의 연결망이 돼 우리 이웃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 모두가 ‘사이버 방관자’가 아닌 ‘사이버 지킴이’로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