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협치 첫 과제부터 삐걱
지난해 기념식선 합창 안한 박승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해 5월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때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최경환 의원(박 처장 오른쪽)도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왼쪽부터 윤장현 광주시장, 박 처장, 최 의원, 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동아일보DB
○ 검토 지시에서 원점으로 왜?
정치권 일부에선 박 대통령의 결심이나 총리실 등과의 협의 없이 보훈처가 단독으로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보훈처에서 여러 경로로 의견을 듣고 종합해 결정한 것으로 안다. 박승춘 보훈처장이 혼자 결정했겠느냐”고 했다. 결국 보수와 진보를 모두 만족시킬 묘책이 없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다른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은 야당에 정치적인 고려를 하려는 마음이 있었겠지만 그것만으로 풀 수 없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야당은 “협치 불가”를 선언하고 나섰고, 야당의 협조를 얻어 노동개혁 등 국정 현안을 풀어 나가려 했던 박 대통령의 정국 구상은 타격을 받게 됐다. 여권 내에서는 “박 대통령과 3당 지도부가 합의했던 3당 대표 회동과 민생경제 현안 점검회의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강경한 보훈처… 5·18 단체 반발
보훈처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기념곡 지정·제창의 찬성 논리는 6줄에 걸쳐 평이한 글씨체로 소개한 반면 반대 논리는 20여 줄에 걸쳐 굵은 글씨로 조목조목 적시했다. 예비역 중장인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앞으로 군 통수권자가 5·18 기념식에 참석해 이 노래를 제창한다면 국가정체성과 안보의식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를 청와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제창을 피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이들 단체는 “5·18기념식장 좌석을 가짜 유족들이 채우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올해는 기념식에 참석할 방침이다. 5·18 관련 단체는 2014년 기념식에 불참했고, 지난해에는 옛 전남도청에서 별도로 기념식을 열었다.
※ ‘임을 위한 행진곡’
1981년 5·18광주민주화운동 1주년을 기념해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전남도청 진압작전 때 희생된 윤상원 씨와 1978년 노동운동을 하다 숨진 박기순 씨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곡이다.
소설가 황석영 씨가 시민사회운동가 백기완 선생의 옥중시 ‘묏비나리’의 일부를 차용해 가사를 썼고, 당시 전남대를 다니던 김종률 씨가 작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