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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광주 내려가서 뭘 하라고”

입력 | 2016-05-17 03:00:00

전두환 前대통령 발언 신동아 보도
계엄군 발포명령 책임 인정 안해… 이순자 “노태우 무서워 백담사행”






‘신동아’와 만난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과 이순자 여사. 조영철 신동아 기자 korea@donga.com

전두환 전 대통령(85)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에 대한 계엄군의 발포 명령 책임에 대해 “그때 어느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보안사령관은 정보·수사 책임자요. 보안사령관이 청와대를 꺾고 이렇게는(발포 명령을 내리라고는) 절대 못 해”라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의 발언은 17일 발간되는 ‘신동아’ 6월호에 실렸다. 약 3시간에 걸친 전 전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는 지난달 27일 1997년 전 전 대통령이 내란·반란죄 등으로 수감됐을 때 사면을 요청하는 탄원 운동을 한 천태종 운덕 대종사가 서울 연희동 자택을 방문하면서 만들어졌다. 정호용 전 의원, 고명승 전 3군사령관 등이 함께했고 신동아 기자도 취재 차원에서 동석했다.

부인 이순자 여사(77)도 “각하(전 전 대통령)께서 광주에 가서 돌을 맞아 5·18 희생자 유가족들의 오해와 분이 다 풀린다면 뭘 못 하겠느냐. 모두가 (전 전 대통령을) ‘5·18 책임자’라고 하는데 이걸(발포 책임을) ‘오케이’ 하는 건 별개 문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닌 건데…”라며 시종 억울함을 호소했다.

신동아 기자가 “역사적 책임감으로 사과할 의향은 없느냐”고 묻자 전 전 대통령은 “광주에 내려가 뭘 하라고요”라고 반문했을 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5·18 당시 보안사령관으로서 북한군 (광주) 침투와 관련된 정보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라고 했다. 이어 “북한 특수군 600명 얘기는 연희동에서 코멘트 한 일이 없다”(고 전 사령관) “뭐라고? 600명이 뭔데?”(전 전 대통령) “이북에서 600명이 왔다는 거예요. 지만원 씨가 주장해요”(정 전 의원) “오, 그래? 난 오늘 처음 듣는데”(전 전 대통령) 등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 여사는 1988년 백담사행(行)과 관련해 “6·29 선언을 자기(노태우 전 대통령)가 했다고 하고, 우리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는 건 아닌가 해서 빨리 백담사로 간 것”이라며 “무방비 상태에서 갔다. 분노했다기보다 무서웠다”고 했다. 이 여사는 자신의 회고록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에 대해서는 “알긴 아는데 그렇게 가깝지 않다”며 “국보위에 들어온 것도 밑에서 하니까, 잘 몰라”라고 했다. 신동아는 “일부 내용은 일방적 주장일 수 있지만, 전 전 대통령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우선 그의 육성을 그대로 남기는 작업도 의미가 클 것”이라며 “‘어둠의 시대’ 5공을 조명하고 의미를 짚어보는 일은 계속돼야 할 과제”라고 썼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